[16회 광주여성영화제, 주목 이영화] 발리국제단편영화제 교류전
‘달의 눈에 비친 슬픔’ 등 5편 상영 프란시스카 프리하디 스페셜 토크도
올해로 16회를 맞은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우리는 빛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스크린을 밝힌다. 매년 새로운 시도로 여성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영화제는 올해 역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광주여성영화제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주요 섹션과 상영작을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16회 광주여성영화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발리국제단편영화제(Minikino Film Week)와의 협력을 통해인도네시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교류전을 선보인다. 이번 교류전에서 소개되는 5편의 영화들은 젠더 기반 폭력, 혼전임신과 결혼, 레즈비언 섹슈얼리티, 장애를 가진 몸, 여성의 월경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다민족 사회인 인도네시아의 특수한 문화적 조건속에서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 발리국제단편영화제 프란시스카 프리하디(Fransiska Prihadi) 프로그래머가 직접 광주여성영화제를 찾아 작품의 의미를 소개하는 스페셜 토크도 마련돼 있다.
가장 먼저 추천할 작품인 ‘달의 눈에 비친 슬픔’은 인도네시아 민속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자카 타루브” 설화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선녀와 나무꾼” 서사의 인도네시아 버전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여러 지역적 버전이 존재하는 이 설화에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 남성의 과도한 소유욕과 여성에 대한 지배 욕망이다. 이 영화에서 불란과 자카의 관계는 이러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반영하며, 영화는 설화 속 가부장적 무의식을 폭로하고 이를 여성주의적 저항의 서사로 다시 쓴다.
‘노!!!’에서 세카르는 여자친구와 온라인 공간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 이때 온라인 공간은 현실의 질서가 미치지 않는 대안적 공간이자 퀴어적 공간이 된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영상통화가 걸려오면서 온라인 공간에 현실이 접속된다. 가상과 현실, 퀴어 섹슈얼리티와 정상성의 이데올로기, 자신의 욕망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카르의 현재는 변화하는 인도네시아 문화 속에서 성장하는 퀴어 정체성을 표현한다. 게임 화면, 영상통화, 텔레그램 대화로만 구성된 영화적 이미지를 보는 재미 역시상당하다.
‘소녀가 되어’에서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던 톰보이 다라는 첫 월경을 경험한다. 당황한 다라를 돕기 위해 치마를 입고 생리대를 사러 가는 두 소년 안토와 부디는 뜻밖의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여성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몸소 경험하게 된다. 감독은 이러한 역할바꾸기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평이 가능하다고 본다. 어쩌면 유년 시절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영화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발리국제단편영화제 교류전과 함께 플래시 아시아 섹션에서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몰리 수리아의 대표작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을 상영한다. 인도네시아 페미니즘 서부극인 이 영화는 아름다운 숨바 섬의 풍광을 배경으로 여성적 복수와 연대, 정의를 다시 설립하는 판타지를 선보인다. 발리국제단편영화제 교류전과 함께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을 관람하며 인도네시아 여성 영화의 현재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홍소인 광주여성영화제 객원프로그래머, 여성영상집단 움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