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이 ‘우지라면’을 살려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 “과거를 구원하다”

2025-11-13     홍창용 시민기자
1989년 ‘공업용 우지 파동’ 당시 삼양라면(왼쪽)과 올해 새로 선보인 ‘삼양1963’.

 한 시대의 음식은 그 시대의 정서를 닮습니다.

 1980~90년대, ‘우지라면’은 그런 시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저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우지라면이 가진 진한 국물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1989년 11월 검찰에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라는 투서가 접수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사건 발생 12일 후인 1989년 11월 16일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공업용 우지를 식품 제조에 사용했다”며 삼양식품과 대표 등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8년 뒤인 1997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결국, 우지라면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 사회는 기름과 건강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했습니다.

불닭볶으면 사진,

 그로부터 20여 년 뒤, 또 다른 라면이 세상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입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라면은 현재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세계 판매율 1위’ 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매운맛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영상이 만들어지고, 한국의 젊은 세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그 불타는 맛에 열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불닭의 성공 속에서 ‘우지라면’아 다시 살아난다는 점입니다.

 이제 삼양은 ‘우지라면 1963’이라는 라면을 새롭게 출시하였습니다.

 마치 불닭복음면이 우지라면을 다시 살려내는 모습처럼 보여집니다.

 그렇게 현재의 사람들은, 과거에 버려진 한 시대의 맛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부활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구원의 행위처럼 보입니다.

 당시에는 버려졌지만, 시간이 흘러 다른 눈으로 보면 그 안의 진실이 보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과거를 다시 꺼내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잊힌 것들에게 다시 한 번 존재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담긴 책이 ‘소년이 온다’입니다.

 반대로 불닭볶음면과 우지라면을 통해서 “현재가 과거를 구할 수 있는가?” ,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과거를 구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홍창용 시민기자 hcy253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