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회문산 만일사
[역사 속 전라도] 전라도사찰 특집37
순창군(淳昌郡)은 전북 특별자치도 남부에 있는 군이다. 마한과 백제에 속했고 고려 태조 때 순창현으로 개칭됐고, 충숙왕 때 순창군으로 승격했다. 1개 읍과 10개 면에 2만 6000여 명이 거주하며 명당이 많아 “살아서는 부안, 죽어서는 순창”이라는 뜻으로 생거부안(生居扶安) 사거순창(死居淳昌)으로 알려졌다.
순창군에는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剛泉山)은 1981년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됐고 비구니의 수도 도량으로 유명한 강천사가 있다. 능선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의 모습을 닮은 채계산(龍闕山)의 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이다.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의 용궐산의 하늘길은 용의 날개에 해당하는 자리에 만든 잔도가 있다.
“살아서는 부안, 죽어서는 순창”
회문산(回文山)은 순창군 구림면 금창리에 있는 높이 837m의 명산으로 우리나라 5대 명당이 있다는 영산으로 알려져 있다. 회문산은 동학혁명과 항일의병의 근거지였고,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남부군 총사령부가 설치되어 슬픈 역사가 깃든 산으로, 국립 회문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됐다. 빨치산 사령부를 복원한 회문산역사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비목공원 등이 있다.
만일사(萬日寺)는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 회문산(回門山)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이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천년고찰로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이성계가 임금의 자리에 등극하기 위해 만일(萬日) 동안 수도하여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자 조선 효종 때 지홍대사(智弘大師)와 원측대사(元測大師)이 증건하고 만일사비(萬日寺碑)를 세웠다.
만일사, 순창 고추장 시원지
만일사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에 의해 승려가 살해되자 경찰이 전각을 소각했다. 1954년 재건했고 1988년 전통사찰 제65호로 지정됐다. 만일사 경내에 ‘순창 고추장 시원지(始原地) 전시관’이 건립됐다. 이성계가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만일사로 가는 도중 민가에서 먹은 산초로 만든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해 임금이 되자 진상토록 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순창은 강수량은 적고 일조량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발효에 탁월하여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 8호인 고추장이 특산물이다. 숙종 때 이시필(李時弼)의 소문사설(○聞事說)에 순창 고추장의 제조법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2024년 12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우리나라 23번째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무형유산 보유국이 되었다.
서일환 언론학박사·행복한요양병원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