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어떻게 부를 것인가

헌법 전문 수록 앞두고 광주지역 명칭 논의 본격화 역사성·주체성 놓고 지역 사회 다양한 의견 제기

2025-11-19     유시연 기자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5·18 명명 토론회’가 개최됐다. 주최 측 제공.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앞서 5·18 정신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명칭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사회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광주가 함께 합의할 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개헌 논의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의회와 5·18 공법단체,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지역 12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5·18 광주협의체는 18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5·18 명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5·18의 다양한 명칭과 해석을 역사적 사실에 비춰 다시 점검하고, 그 의미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명칭의 변천 과정을 살펴본 뒤, 각자가 생각하는 5·18 명칭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18의 명칭은 역사적 평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1980년대 초기 5·18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다. 특히 ‘광주사태’라는 군사정권의 규정이 오랫동안 사용됐고, 단순히 사태로만 볼 수 없다는 의식 속에 광주지역 사회 내부에서는 항쟁 또는 민중항쟁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이후 1990년대 민주 정권 출범과 법제화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공식 표기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굳어졌다. 이는 ‘민중’이나 ‘항쟁’이라는 표현이 지닌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 국가 보상과 기념체계 정비 과정에서 여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타협적 표현을 선택한 결과였다.

 발표자는 “지금의 논쟁은 정치적 타협으로 만든 명칭을 그대로 둘 것인가, 역사적 실체에 맞는 명칭으로 복원할 것인가”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5·18 사적지 중 한 곳인 전일빌딩245.

 이어 발표자로 참여한 주철희 함께하는남도학연구원 이사장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해 먼저 합의해야 할 쟁점들을 제기했다.

 그는 “5·18의 역사적 성격을 규정하려면 먼저 그 위상과 의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진상규명조사위 종합보고서가 이를 다루지 않았음에도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5·18의 역사적 의의와 위상에 대한 광주 공동체의 합의가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법률적 명칭인 5·18민주화운동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명칭 변경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만약 현행 명칭에 대한 광주시민의 의견이 다르다면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이전에 법률적 명칭부터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광주’라는 지명을 5·18 명칭에서 제외한 1990년대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일부 민주화 세력 사이에서 5·18 명칭에서 ‘광주’를 빼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는 3당 합당 이후 나타난 호남 고립과 5·18 폄훼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며 “그러나 역사적 사건의 명칭은 보통 지역적 범위와 발생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만큼, 세계사적 경향을 고려해도 5·18 명칭에 ‘광주’를 포함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개정 과정에서 5·18 정신의 전문 수록이 논의되면 명칭 문제가 다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텐데, 진보진영은 ‘민중항쟁’을, 보수·중도진영은 ‘민주화운동’을 선호할 것”이라며 “헌법은 특정 정파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공감해야 하는 기본법인 만큼, 계급적 의미가 강한 ‘민중항쟁’보다는 ‘항쟁’ 또는 ‘민주항쟁’ 같은 표현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더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유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민중항쟁’이 5·18의 역사적 실체를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5·18은 단순한 시위나 저항이 아니라 도시 단위의 집단적 항쟁이었다”며 “‘민주화운동’이나 ‘민주항쟁’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목적의 민주화 저항에는 적확하지만 도시민 전체가 생존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총체적 항거에 나선 실상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운동체가 아닌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종교인 등이 주체가 되어 공동체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민중’이라는 개념과 헌정질서 회복을 목표로 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항쟁’이라는 개념이 5·18의 주체·내용·역사성을 가장 입체적으로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한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과 그 안에 포함된 123대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