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교사 책임 족쇄, 교육청 지원도 수학여행엔 속수무책

‘당일형’만 보조 인력 지원, ‘숙박형’은 여전히 교사 책임 속초 체험학습 사고 교사 항소심도 ‘유죄’ 교육현장 뒤숭숭

2025-11-20     박현아 기자
광주지역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인력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광주시교육청 제공.

 강원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기소된 인솔교사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되면서, 광주지역 학교 현장에서도 체험학습 운영을 둘러싼 불안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광주에서도 지난 봄부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학교가 속출하는 등 위축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인솔교사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자, 교사들의 교외활동 참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시교육청은 체험학습 시 보조인력을 지원하는 등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위험도가 큰 숙박형 수학여행은 여전히 지원의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춘천지법 형사1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로 기소된 담임교사 사건과 관련해 올해 초 1심 유죄 판결에 이어 지난 14일 열린 2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됐다.

 춘천지법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교사 A 씨에게 원심 판결을 깨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1심의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다소 감형되긴 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에도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교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판결로,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한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연퇴직 처리되지만, 선고유예를 받음으로써 교직 상실 위기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교사들 “체험학습 어떻게 가겠나?” 불안 확산

 하지만, 여전히 교사에게 ‘유죄’로 판단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총·전교조·지역 교사노조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 “현장체험학습 운영의 무한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광주지역에도 불씨가 옮겨붙을 전망이다.

 올해 초 인솔 교사의 유죄 판결 이후 교사들은 “교외활동에서 아이가 다치면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돌아오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호소했으며, 실제로 광주지역에서도 봄소풍·교외 체험학습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교사 개인 책임 부담’을 우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현장체험학습에 참여한 광주지역 학생들. 시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인력풀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광주시교육청 제공.

 이 같은 우려에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인력풀 시스템’을 도입해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광주·전북 공무원연금공단과 협약을 맺고, 퇴직공무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사전 안전교육 등을 실시해 당일형 체험학습에 투입하고 있다.

 9월 기준 64개 학교가 682명의 보조인력을 위촉해 운영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학기 수학여행을 추진한 공립초가 26개교에 불과했던 데 비해, 시스템 도입 이후 111개교가 수학여행을 떠나기로 하는 등 체험학습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원거리 체험학습이나 숙박형 수학여행은 여전히 지원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체험학습은 인솔교사와 보조인력으로 나뉘는데, 보조인력은 안전요원과 기타보조인력으로 구분된다.

 현재 시교육청이 지원하는 기타보조인력은 ‘8시간 이내 활동’에 한해 투입할 수 있어 먼 거리를 가거나 일정이 하루를 넘기는 수학여행에는 구조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하다. 당일 일정이라면 활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숙박형 수학여행은 1박 이상에 야간 일정까지 포함돼 실질적으로 보조인력 지원이 제한된다.

 “전담인력 배치·소방본부와 업무협약 추진”

 또한 관련 지침에 따라 수학여행에 100~149명의 학생이 참여할 경우 ‘안전요원’ 1명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이 안전요원은 단순 인솔이 아닌 응급구조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어야 한다. 시교육청이 지원하는 기타보조인력은 자격 구조가 달라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없고, 결국 학교는 외부 전문 인력을 자체적으로 위촉하는 방식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광주지역 한 교사는 “당일형 체험학습은 보조인력을 둘 수 있을지라도, 정작 가장 위험 부담이 큰 수학여행은 여전히 교사가 모든 구조를 책임져야 한다”며 “판결 이후 분위기를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도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지원 체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시교육청 세계민주시민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교사가 혼자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해야 했지만, 지금은 한 학급당 1명의 보조인력을 지원하며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지역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정해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일 계획이며, 소방본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숙박형 수학여행에 필요한 안전요원 매칭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심 판결로 교사들이 체험학습 추진에 더욱 위축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정부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적용 기준을 현장학습 보조 인력으로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안전법’ 등 3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민사상·형사상 면책 적용 기준을 ‘학생에 대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서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로 변경한 것이 주된 개정 내용이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