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또 멈춤’…왜 이맘때 반복될까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 릴레이 파업, 광주 21일 참여 광주 140개교 정상급식 중단, 도시락·간편식으로 운영 ‘처우 개선’ ‘방학 중 무임금’ 등 난제 미해소 도돌이
단팥빵, 대만 샌드위치, 삼각김밥, 카스테라, 치즈빵, 우유, 주스, 꿀떡, 도넛, 바나나, 귤….
매년 늦가을~초겨울이면 광주지역 학부모들이 학교로부터 받는 공문에는 비슷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조리종사원의 파업 동참에 따라 본교 정상 급식 운영이 어렵습니다. 아래와 같은 대체식품을 제공하고자 하니, 학부모님의 양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공문이 도착하면 급식 대신 제공될 대체식품 목록이 함께 안내된다. 대체급식의 양이 부족할까 도시락 메뉴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고,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가정은 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학교 급식 중단은 단순한 ‘파업의 불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맘때마다 반복되는 배경에는 학교비정규직 처우, 교육청과의 교섭 구조, 예산 반영 시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이날부터 21일, 다음 달 4~5일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첫날인 20일에는 서울·인천 등이 파업에 참여했고, 이틀째인 21일은 광주·전남·전북·제주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다. 다음 달 4일은 경기·대전·충남, 5일은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이 각각 파업한다.
광주지역은 총파업 당일 공립 유·초·중·고·특수학교 288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0여 곳이 정상급식을 중단한다. 학교들은 상황에 따라 간편식을 제공하거나 도시락 지참 방식으로 급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도 11~12월 총파업은 익숙한 풍경이다. 학비연대는 2017년부터 전국 단위 집단교섭을 통해 임금·수당·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해왔고, 교섭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파업에 나섰다. 올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비연대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2025년 임금교섭에서 핵심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고, 마지막 본교섭에서도 입장 차만 확인했다”며 “교섭 파행에 따라 총파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총파업 규모도 작지 않다. 교육공무직 17만여 명 중 약 9만 4000명이 학비연대 소속이며, 다수가 학교 급식·돌봄 인력이다.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면 급식과 돌봄 운영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로, 광주지역도 140개 학교가 정상급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대체 운영에 들어간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인상 △방학 중 무임금 제도 해결 △명절휴가비·급식비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핵심 요구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방학 중 무임금 문제는 매년 교섭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지만, 예산 부담과 형평성 논란으로 교육당국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해 협상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온다. 특수교육지도사·돌봄전담사·급식종사자 등 공교육 현장의 기초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의 임금체계와 처우 개선 문제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학비연대는 “두 달 넘는 방학 기간을 무임금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는 올해로 끝내야 한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근속이 쌓여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직무체계는 더는 감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 역시 파업의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당장 마주하는 현실적 불편을 외면하기 어렵다. 단 하루 급식 중단이라도 도시락 준비가 어렵거나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일수록 부담은 커진다. 특히 맞벌이 가정과 영양 관련 질환이 있는 학생들은 대체급식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커뮤니티를 통해 “파업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이가 하루 종일 빵만 먹고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빵을 좋아하지 않아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데, 재료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어서 더 피곤하다”고 말했다.
결국 매년 반복되는 급식 중단과 대체급식 논란은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개혁 논의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비정규직 처우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급식이 당장의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근속 인정, 방학 중 임금, 명절휴가비 등 핵심 의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맘때 광주의 급식이 멈추는 풍경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교육청은 파업 당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부교육감을 본부장으로 한 비상대응본부를 꾸리고, 급식·돌봄·특수교육 등 학생 생활과 안전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별 대응 매뉴얼을 학교 현장에 안내했다. 정상급식이 어려운 학교에는 대체급식 제공을 허용하고, 돌봄교실은 대체 프로그램으로 공백을 줄이도록 했다. 특수학교 학생의 통학버스 승·하차 지원, 유아교육 방과후 과정의 탄력 운영도 병행한다. 교무실무사·과학실무사 등 업무 공백이 예상되는 지점에는 사전에 업무대행 인력을 지정해 학교 운영이 멈추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교육청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파업 당일 애로사항을 접수해 문제 여부를 확인하고 즉시 조치하겠다”며 “최대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6일에도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 교육공무직 17만 5369명 중 2만 6292명(15%)이 참여했고, 광주에서는 전체 교육공무직원 중 17.1%인 882명이 파업에 나서 130개교가 간편식으로 대체급식을 운영했다.
한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6일 하루 동안 총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교육공무직 17만 5369명의 15%에 해당하는 2만 6292명이 참여하면서 상당수 학교 급식이 중단돼 대체 급식이 지급됐다.
당시 광주지역은 전체 교육공무직원 중 17.1%에 해당하는 882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이로 인해 130개교가 간편식으로 대체 급식을 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