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RE100 산단’ 실현 전략은?

‘분산에너지특구’ 전남도, RE100 인프라 구축 앞서가 광주시, 본량동 10MW 영농형 태양광 논의 단계 그쳐 “전력 흐름 제어하는 전력계통 해결 급선무” 제기도

2025-11-25     최문석 기자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남에서 시작하는 에너지 분권, 에너지 분권 전략 포럼'에서 발전공기업 및 유관기관과 RE100 산단 및 에너지 신도시 성공적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와 전남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쓰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 산단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뛰어든 건 전남도다. 이달 초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된 전남도는 발전 사업자가 한국전력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기업에 직접 전기를 판매할 토대를 마련했다.

 광주시도 일명 ‘광주형 RE100’ 산단을 도입하기 위해 내년부터 광산구 본량동에 약 6만 평 규모의 10MW 용량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수익성이 농작물 대비 높아 농가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RE100 산단 조성에 필요한 기술 노하우를 습득하겠다”는 게 우선 목표다.

 그러나 산단 입주기업 내에 전력을 손실시키지 않고 ‘100%’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상당하고, 전남도와 광주시 각각 인프라 조성 여건이 다른 상황.

 정부가 내년 상반기 RE100 산단 입지 발표(2곳)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광주와 전남이 어떤 유치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민주당 호남특위는 지난 20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호남발전보고회를 열고, 당 지도부에 호남발전전략으로 RE100 산단 조성 필요성을 전달했다.

 제안된 RE100 산단이란, 산단 내 입주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등을 이용해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RE100 산단 조성은 재생에너지로의 산업구조 전환과 지역 균형 성장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남이 가장 먼저, 전력 생산부터 보급까지 자급자족 가능한 전력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전남은 442.2GW(태양광 276.7GW·풍력 167.5GW)의 전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잠재력을 지닌 상태다.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된 전남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분산에너지 기술 기반 실증단지 구축 △소비자(기업) 수요에 맞는 ‘전력 요금제’ 적용 △재생에너지가 과잉 생산시 출력을 줄이는 523MW 규모의 ‘전력저장장치(ESS)’ 보급 △반도체 기업 등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 유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승인된 나주시에는 차세대 전력망을 설치해 1515명 고용 인력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안군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익 일부를 주민에 직접 배당하는 일명 ‘햇빛연금’ 정책을 확대해 주민과 기업, 지자체가 상생하는 재생에너지 기본 소득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반면, 광주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광주시가 한전으로부터 광주산단 입주기업이 전력을 얼마나 쓰는지 데이터를 받았지만, 아직 사업 착수도 못 한 상황이다.

 이에 광주시는 ‘본량동 영농형태양광 민관협의회’를 지난달 출범시킨 뒤, 약 164억 원 민자 유치 형태로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준비 중이다.

 광주시 에너지산업과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향후 특별법이 통과되면 입주기업이 쓸 수 있는 전력을 도입하는 사업을 내년 하반기 추진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안을 찾으려 한전 광주전남본부에서 광주산단 입주기업이 전력을 얼마나 쓰는지 데이터를 받았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이 RE100 산단을 실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해져도, 한전 송·배전망을 이용하지 않고 전력을 공급하려면 여러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단 전력 수요조사부터 재생에너지 전용 전력망 구축, 기존 송·변전망 혁신까지 첩첩산중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산단 조성 장애 요소로 ‘계통관리변전소’를 꼽는다.

 계통관리변전소란, 전압과 전력량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신호등처럼 통제·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는 이같은 변전소가 광주·전남에 103곳이나 지정돼 있어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해도 송배전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 ‘100’을 생산해도, 출력 제한이 되는 탓에 실제 전력이 필요한 입주기업이 받는 건 ‘70’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미숙 전남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도 높아지는데, 출력을 제어할 수밖에 없다”며 광주, 전남 103곳에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있어, 좋은 입지를 선정해도 출력을 제어하는 이상 재생에너지 발전 손실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주와 전남이 상호 협력하는 RE100 모델 구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전남이 ‘광역 단위 전체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서 분산형 에너지 실증, 계통 실험, 인허가 완화 등이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도 AI·디지털 역량이 풍부해 대도시 광역 단위로 RE100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전남과 광주를 잇는 대규모 송전 용량이 부족하고, 특별법이 통과돼도 기반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전남과 광주 간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큰 틀에서 제도를 완성하면 전용망 구축을 위한 투자와 운영, 수익 배분을 두고 전남과 광주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