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여객선 사고로 재확인 우리사회 안전불감증 여전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67명의 승객을 태운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무인도에 부딪혀 좌초될 뻔한 사고가 발생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전원 구조되긴 했지만 안전 불감증이라는 고질적 행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의 원인은 황당하다. 중과실 혐의로 긴급 체포된 항해사 A 씨가 항로 변경시점에 휴대전화를 보며 딴 짓을 하다가 무인도와 부딪칠 뻔 했다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짓인지 도무지 이해 불가다. 수많은 승객을 태운 선원이 기껏 핸드폰 들여다보다 사고를 냈으니 비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지켜야할 선원의 행동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A 씨는 “자동항법 장치로 운항중 휴대 전화로 뉴스를 보다 문제의 섬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지휘 책임이 있는 선장도 조타실을 비우고 관제 센터마저 항로 이탈을 알지 못했다니 이쯤 되면 ‘퀸제누비아’호는 거의 깜깜이 운항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 돌아온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번 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불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작은 작은 부주의 하나가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항해사는 물론이고 선장, 1등 항해사까지 긴급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배가 거의 난파선이었음을 방증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며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매번 그때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어버리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사고는 시스템과 제도 정비만으로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가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에서 무시하면 안전은 도루묵이다. 신안 여객선 좌초 위기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마지막 경고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형 참사는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