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 뒤 무엇이 남는가

[백청일의 독서일기] (55) 구드룬 파우제방,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2025-11-25     백청일

필자는 그동안 책을 읽고 조금씩 메모해 온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책 소개와 정리, 간단한 소감, 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등 책에 따라 달라진다. 읽기 편한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1차 목표는 100권이다. 100권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독자들과의 건강한 토론이라 믿고 있다. <편집자주>

 10월 말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 확대 오찬 모두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결단을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습니다(뉴스1, 2025.10.30.). 이후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 지지, 핵추진 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하는 한미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가 공개되었습니다(중앙일보 2025.11.14.).

 이에 대해 북한은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 비판했습니다(경향신문 2025.11.18.). 우리 사회에는 핵무장 국가인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며 우리도 잠재적 핵 능력을 갖춰 유사시 핵보유국으로 가자는 주장도 있습니다(조선일보 2025.11.8.).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도 호주처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연합뉴스 TV, 2025.11.22.).

 비슷한 시기,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는 존립 위기 사태”라며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자위대 투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서울신문 2025.11.9.). 이에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거친 발언으로 일본을 비판하면서 자국민의 일본 여행, 유학 자제 권고, 수산물 수입 중단, 영화 개봉 연기, 항모 실사격 훈련으로 일본을 압박하면서, 일본의 숙원인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도 반대했습니다(TV조선, 2025.11.21.).

 일본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도 하는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중국은 해당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자기부정’을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은 대만 문제의 국제화를 촉발시킬 수 있습니다(뉴시스 2025.11.22.). 미 국무부의 일본 지지와 러시아, 북한의 중국 두둔으로 중일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동아일보 2025.11.22.)인데, 시간이 갈수록 동아시아 역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은 구드룬 파우제방이 쓴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책 소개와 줄거리

 이 책은 세계 유명한 평론가들로부터 “인류의 양심을 뒤흔들어 깨우는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1983년 독일 소설가 구드룬 파우제방이 발표한 작품으로 핵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물창고에서 2005년 번역하여 초판이 나온 이후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읽는 스테디셀러가 되었습니다.

 롤란트네 가족은 여름방학을 맞아 늘 그랬듯이 4주 동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있는 쉐벤보른으로 휴가를 가던 도중, 풀다 근처 “숲 속에서 굉장히 밝은 빛이 번쩍”이는 걸 경험합니다. 가까스로 쉐벤보른에 도착하지만, 두 분은 가족을 위해 텐트를 사러 풀다에 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풀다에 다녀온 엄마는 “풀다가 사라졌”다며 “빗자루로 쓸어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가족은 병풍 역할을 한 산세 덕분에 피해가 적었던 쉐벤보른에서 피난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방사능에 피폭된 피난민들이 각지에서 쉐벤보른으로 몰려옵니다. 병원, 숲, 거리로 몰려온 피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구걸과 약탈, 방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구조대를 기다려도 오지 않자 주민들 또한 약탈을 하고, 환자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병원에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도망치거나 원자병으로 죽거나, 절망으로 죽음을 택하기도 합니다.

 롤란트네 가족은 원자병을 겪으면서도 피난민들을 돕고, 거리의 아이들을 돕고,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하지만 가족은 엄마의 고집으로 프랑크푸르트 보나메스 구의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하는데, 이미 그곳 또한 아무것도 없는 “눈 덮인 황야”로 변했습니다. 롤란트네 가족이 쉐벤보른으로 돌아가고 정착하는 작품의 후반부는 고조되었던 감동의 물결을 ‘도덕적이고 지적인 감동’으로 고조시켜 줍니다.

 이 작품은 전체 13장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앞부분에 요르크 친크가 쓴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는 제목의 시가 프롤로그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의 첫 문장은 “그로부터 몇백만 년 뒤 / 사람들은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 현명한 생물로 진화했다”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일곱째 날인 마지막 날 인류와 지구, 세계의 모습은 마치 요한계시록을 읽는 듯한데, “빛이 있으라”로 시작하는 천지창조의 창세기를 뒤집은 시 구성입니다.

 핵전쟁이라니 하면서 끔찍한 장면 묘사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그리고 스릴러가 주는 듯한 긴장감과 동시에 순수한 동심과 인류애를 느끼게 하는 감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핵무기, 핵무장, 원자력 발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주인공을 포함해 살아남은 인간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던지는 질문들에,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그 질문을 회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이토록 묵직한 이야기를,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감동과 지적 충격에 대한 자극과 그럼에도 인간과 미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건, 간결한 문체를 중심으로 시종일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 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역량 덕분임을 알게 됩니다.

 핵폭발의 참상을 이토록 담담하게 서술하다니

 엄마는 쉐벤보른으로 가는 도중 경험했던 “빛”이 핵폭발이었다는 걸 쉽게 인정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쉐벤보른의 집은 다행히 남아 있었지만 부모님이 풀다로 가셨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을 찾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아빠는 “그게 정말로 핵 폭발이었다면, 거기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든 게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거”라면서 화를 냅니다.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인 자신이 부모님을 포기할 수 없다며 20킬로미터가 넘는 풀다를 향해 가는데 밤늦게서야 돌아옵니다.

 돌아온 엄마가 흥분해서 묘사하는 풀다의 풍경은 우리가 사진이나 그림에서 그토록 익숙하게, 또는 가끔 보았던 장면들임을 알게 됩니다.

 “당신이 믿든 믿지 않든 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어요. … 그냥 빗자루로 다 쓸어버린 것 같았어요! … 글레져첼에 가니 그제서야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케머첼 사람들은 정말 몰골이 끔찍했어요. 심하게 화상을 입은 사람, 팔다리가 잘려 나간 사람, 눈이 먼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그 사람들은 의사와 구호소를 찾아, 또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아 힘겹게 풀다 강가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어요. … 풀다 강가엔 반쯤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죠. 사람들은 심한 갈증으로 반미치광이처럼 재와 시체로 뒤덮인 강물을 마시고 있었어요. 분명히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었을 텐데도 말이에요. 강가까지 걸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땅에 엎드려 축축한 풀밭의 물을 빨아 먹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발가벗고 있었고, 그나마 몸에 걸친 옷가지들은 그슬려 있었죠. 풀다 강변 풀밭은 온통 시체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외가에 머문 지 이튿날 가족들은 피난민들이 물어다 준 여러 지역이 이미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핵전쟁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구조대를 기다리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이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때문에 노숙자들이 지나가면 커튼을 가리고 숨어야 합니다. 먹을 걸 아껴야 하니까. 그런데 롤란트와 누나 유디트는 자꾸 부모님과 다투게 됩니다. “만약 내가 저 사람들처럼 구걸하러 다니면요?” 하면서.

 이때 엄마가 우울한 목소리로 하는 대답이 어쩌면 보통의 부모님이 하시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이럴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밉단다. 하지만 너희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다른 사람을 구해 줄 수는 없잖니?”

 그럼에도 롤란트와 누나 유디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병원에서 환자 돌보는 일을 돕습니다. 처음에는 야단치고 반대하던 부모님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아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을 멍하니 지내던 엄마도 수백 명의 고아들이 모여 있는 성과 지하실을 드나들면서 정열적으로 돕기 시작합니다.

 유디트는 가족들 중 가장 먼저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어느 날 롤란트를 조용히 불러 모자를 벗은 머리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거지요. 병원과 성, 지하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순간, 자신들 또한 방사능에 피폭될 수밖에 없음을 모르지 않음에도 롤란트네 가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돕고 있던 롤란트는 의사, 간호사, 어른들과 함께 환자들의 죽음까지 지켜봅니다. 병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끔찍한데, 사람들이 죽어가고, 죽고, 다시 채워지기 때문이지요. 대부분 환자들은 원자병에 시달립니다. 롤란트는 원자병에 걸린 사람들의 증상이 차례대로 진행됨을 알게 되는데, 그게 나중에는 그대로 누나에게 적용됨을 알게 됩니다. 작품 말미에서는 자신에게도.

 “원자병의 첫 번째 증상은 멈추지 않는 갈증이었다. … (중략) … 폭발 순간 근처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증세가 더 심각했다.”

 난무하는 도둑질과 살인 속에서 피어나는 정의

 필자는 이 글의 제목을 ‘핵폭발 뒤 무엇이 남는가’로 정했습니다. 작가는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도, 앞으로도 ‘생존’이니까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현실.

 쉐벤보른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이 노숙자들이 되고, 그들은 슈퍼마켓을 약탈합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그들을 저지합니다. 하지만 이내 주민들 또한 약탈에 동참하지요. 식용유, 햄, 마가린 상자를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인데, 심지어 치즈 한 덩어리를 놓고 싸우다 노숙자끼리 때려죽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슈퍼마켓 다음은 작은 식품 가게와 빵집, 정육점, 옷가게, 신발 가게, 철물점, 장난감 가게로 이어집니다.

 노숙자들은 병원 환자들에게 사용할 약도 약탈하려고 합니다. 롤란트는 간호사들을 도와 약국에서 약을 나르는 일을 돕기도 했는데, 약탈자들이 약이 든 병과 캔, 상자 등이 담긴 바구니를 빼앗으려고 한 거지요. 약사 아저씨와 간호사들과 롤란트는 이를 가까스로 막게 됩니다.

 간이매점과 담배 자판기, 심지어 주유소도 약탈을 당합니다. 혹시 모를 기대를 가지고 나중을 위한 피난을 대비하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대학생 한 명이 실수로 담배꽁초를 휘발유통에 떨어뜨려 집 한 채가 불이 납니다. 이웃해 있던 두 집도 불에 휩싸입니다. 그러자 이웃집의 한 사람이 대학생을 때려죽이게 되는데, 어느 누구 하나 그 살인자를 체포하거나 처벌하지 못합니다.

 일상화된 약탈과 살인.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 그럼에도 작가는 ‘정의’라는 문제를 툭 던집니다. 이를 보여주는 일화 하나.

 핵폭발 후에는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손이나 발이 없거나 원자병을 앓고 있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롤란트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성이나 병원에서 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무리 지어 구걸하거나 훔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 여자아이들 중 커피색 피부 니콜과 금발 머리 니콜이 있습니다. 두 니콜은 도시의 골칫거리로 불립니다.

 하지만 롤란트는 두 니콜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하게 됩니다. 훔쳐 온 걸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아주 어린 꼬마들을 엄마처럼 무릎에 앉혀 달래 주고 있는 모습을 본 후로는 그들 편이 되지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리핀스키 씨네 집 옆에서 커피색 피부 니콜이 이마가 깨져 죽어 있는 걸 사람들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리핀스키 씨는 자신이 그 아이를 때려죽였다고 자랑합니다. 그 애는 이제 소시지를 훔치지 못한다고. 이제 재칼 같은 계집애만 처리하면 된다고.

 어쩌면 약탈과 살인이 일상화된 현실이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 날 밤 도시 절반이 리핀스키 집 지하실로 들이닥쳐 모든 걸 약탈해 버립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리핀스키 씨가 반신불수가 되었음에도 결코 불쌍하다고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의를 말합니다.

 롤란트는 죄인일까

 이와 비슷한 일화가 또 하나 있습니다. 롤란트는 거리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는데, 그 아이들 중 안드레아스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안드레아스는 폭탄이 떨어지던 날 가족들이 모두 죽고 두 다리를 잃게 됩니다. 건넛집에 살고 있던 금발 머리 니콜도 가족이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았는데, 안드레아스에게 정성껏 붕대를 매 주고, 죽은 자기 동생의 유모차에 앉히고 계속해서 돌보아 줍니다. 그런데 니콜 또한 죽고 맙니다. 그리고 함께 지내던 아이들도 한 명씩 죽게 되자 안드레아스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지요.

 어느 날 롤란트는 발목이 폭폭 빠지는 눈밭 저 멀리 보이는 큰 나무 아래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안드레아스가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며 애쓰는 걸 보고는 달려가 말립니다. 하지만 안드레아스는 그런 롤란트에게 위로하며 부탁합니다. 삼 일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눈만 핥아 먹었다고. 네 책임이 아니니, 그냥 유모차를 밀어만 달라고.

 자살을 도울 뿐 아니라, 어쩌면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살인자라는 죄까지 덧씌워질 수 있겠지요. 롤란트는 그 순간 도망가고 싶어하면서도, 그건 비겁하고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키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지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정의’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때의 정의는 무엇으로 정당화되는지, 그 정의는 사례마다 달라질 수 있는 건지. 롤란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는 차원에서 그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유모차를 밀었다. … (중략) … 나는 평평한 돌로 동굴 입구를 막았다. 돌을 바닥에서 떼어 내는 일은 힘이 많이 들었다. 추운 날이었다.”

 희망이 질문을 던질 때

 롤란트네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엄마는? 누나 유디트는? 4살 동생 게르스틴과 새로 출산한 아기는? 그리고 롤란트네 가족이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여 가족처럼 돌보던 아이들은? 이런 내용까지 읽어갈 때 감동과 생각거리는 배가 됩니다. 모두 일독을 권합니다. 독서일기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어른들도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이를 ‘핵폭발 뒤 무엇이 남는가’라는 제목으로 던져보았는데, 아마 작가의 대답은 ‘인류의 절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빗자루가 쓸어 버린 듯한”, “황야” 그 자체.

 그럼에도 이 작품이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말하는 건 아닌데, 그건 앞에서 살펴본 거처럼, 약탈과 살인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사람들은 ‘정의’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품의 결말인, 13장 “핵 폭발 4년 후”는 작가가 던지는 ‘희망’을 조심스레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힘들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서로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쉐벤보른에서 굶어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 근처 겨울 호밀을 심은 들판에서는 파란 싹이 온 들판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모든 것이 황폐해졌는데도 사람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 놓은 거지요. 사람들은 이제 나무를 하러 가는 길이나 초원 어딘가에서 죽은 사람을 발견할 때 “죽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시장도 선출합니다.

 아빠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어느 날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에게 분필을 던지며 외칩니다. “당신은 살인자야!”라며. 아빠를 포함해 누구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 후 그 아이는 원자병으로 비참하게 죽게 되었으니. 어느 날 아빠는 롤란트에게 내년부터 가르치는 일을 대신하라며 물러나게 되는데, 수업 중 아빠가 받아든 질문이 아마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번은 아빠 학급의 여학생이 아빠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죠?” 단호한 목소리였다.

 백청일(논술학원장)

 ■ 참고문헌

 구드룬 파우제방,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보물창고, 2005.

 다카이치 발언에 중국 격앙 반응 왜? “시진핑 권위 도전” 분석도, 뉴시스 2025.11.22.

 ‘대만’ 한마디가 불붙인 중일 갈등 … 외교 전면전, 어디까지 번질까, TV조선 2025.11.21.

 미 “한핵잠 건조 승인…민간 우라늄농축.핵연료재처리지지”, 중앙일보 2025.11.14.

 미 전문가 “한국, 핵무기 개발 않겠다 선언하고 사찰 수용해야”, 머니투데이 2025.11.21.

 북은 핵 내놓을 리 없다, 우리도 ‘잠재적 핵 능력’ 갖춰야, 조선일보 2025.11.8.

 북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자체 핵무장 포석”…한.미 팩트시트에 반발, 경향신문 2025.11.18.

 일본 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시 자위대 투입’ 첫 공식 언급, 서울신문 2025.11.9.

 트럼프 “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 미필리조선소서 건조”, 뉴스1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