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글의 세계를 꿈꾸다

[청년 잇소] (31) ‘노바운더리’ 백수지 작가

2025-11-26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
백수지 작가.

 -안녕하세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본업은 작가임에 동시에 출판사 ‘노바운더리’를 운영하고 있고 ‘철이와수지 로스터스’라는 카페도 운영하는 백수지라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게 되었는데 거창한 포부나 열정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웃음).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도전하는 것이 겁도 나고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하나씩 도전하다 보니 지금의 ‘N잡러’가 되었습니다.

 -1인 출판사 노바운더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 ‘NO BOUNDARY’는 말 그대로 경계 없이 확장되는 출판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방송국에서 일해보고 책도 써보고 여러 형태의 글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글을 사랑하고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도 소량·다품종의 출판이 가능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계 없이 누구나 다 글 쓰는 것이 두렵지 않게 느껴지길 바라며 도전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답니다.

백수지 작가.

 “답은 없었다… 그래도 나 다웠다”

 -작가로서 출판도 하셨다는데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설명해 주세요!

 △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Andiamo in Italia!’라는 책입니다. 2년 전,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겪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고 동시에 직장을 갑작스레 그만두게 되었던 때가 있습니다. 일도 사랑도 다 사라져 버린 직후였습니다. 그리고서 갑자기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행하며 직접 걸으며 보고, 듣고, 느꼈던 순간들을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책에 담아냈습니다. 여행 정보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의 공기, 골목의 냄새, 작은 카페의 커피 맛 등 여행을 하며 느끼고 봤던 것들을 감각적으로 기록한 ‘이야기 중심’의 여행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 삶을 살아야 할지, 새 삶을 살아야 할지 그 답은 낯선 나라에서도 없었다. … 하지만 나는 나다웠고, 유치했고, 잘 해냈다”라고 책 소개에 쓰여져 있는데요. 청년분들께서도 제 책을 읽고 가장 나다워질 수 있길 바라며 추천드립니다.

책 ‘Andiamo in Italia!’와 백수지 작가.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에도 선정되셨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 출판사를 낸 지 3개월이 갓 지나 처음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 사업’에 도전했는데 덜컥 선정됐습니다. 제가 선정된 데에는 제가 잘해서나 저의 가능성이 높아서라기보다 아직 우리 지역에서 ‘출판’, ‘글’과 같은 인문 문화를 응원해 주시고 밀어주는 힘이 여전히 살아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한 덕분에 다양한 매거진 출판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고 다른 크고 작은 지역 행사들에서 단독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답니다. 관심을 주신 시민들 덕분에 2024년에는 ‘로컬크리에이터 호남 우수 기업’ ‘우수상권 집중육성사업 기업’ ‘광주 관광기업’에도 선정 되었답니다. 저는 앞으로도 광주가 가진 매력이 더 많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글을 통해 그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광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와 감성을 가진 도시입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광주를 더 아름답고 생생하게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출판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제가 책을 내고 싶은 분들에게 다양한 출판을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출판 시스템만 완성해 드리는 게 아니라 같이 글도 써드리고 디자인도 개성 있게 힘을 주면서 에세이, 소설, 동화책, 잡지, 문제집까지 정말 다양하게 경계 없는 출판을 할 수 있도록 도움 드리고 있답니다. 어느 날 특별한 출판 문의가 있었습니다. 바로 성인용 도서를 출판해달라는 문의였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영역이었거든요. 나름 짧고 굵게 고민했습니다. 당시에는 자신이 없어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언젠가는 출판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보네요. (웃음)

2025 신춘문예 심사 중인 백수지 작가.

 “왜 글은 무대에 오를 수 없지?”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 저는 저를 ‘하루살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오고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답니다. 앞으로는 뭐가 더 얼마나 계획적이고 나아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한 가지 오래된 꿈이 있습니다. 바로 ‘글을 무대에 올리는 것’, 즉 글쓰기 경연 무대를 만들어 보는 일입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경연 프로그램들을 보면<흑백요리사>, <쇼미더머니>처럼 요리도 음악도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왜 글은 무대에 오를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은 누군가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도시를 기록하기도 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작가들이 자신의 문장을 ‘퍼포먼스’처럼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청중이 글을 듣고 보며 경험하는 새로운 형식의 문학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 무대가 제가 앞으로 가장 집중하고 싶고 꼭 이루고 싶은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자신의 경계를 너무 일찍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도 여전히 하루씩 버티고, 하루씩 배워가고, 하루씩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큰 계획이 없어서 불안할 때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그 덕분에 낯선 길로도 가보고 새로운 일에도 마음껏 뛰어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NO BOUNDARY’라는 이름처럼 여러분도 자신에게 ‘경계를 두지 않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지 싶습니다. 해야만 하는 길보다 해보고 싶은 길, 정답보다 지금 마음이 움직이는 쪽 그 방향을 조금 더 믿어도 괜찮습니다.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