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부부동반 동창모임에 나갔다. 30대 후반의 나이들이라 1~5살 아이들을 대동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식당은 시끌시끌한 곳이었고, 아이들이 오래 있기 힘든 공간이었다. 그래서 한 두 녀석씩 울기 시작하였다. 그 때 한 친구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정말 귀신 같이 아이는 조용해졌다. 무슨 영상인가 물으니 핑크퐁 상어가족이란 애니메이션이란다. 요즘 유아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애니메이션인데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피식자 아닌 포식자에 감정이입

 ‘상어 가족’이란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필자가 봐왔던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펭귄, 다람쥐, 토끼, 사슴 등 초식동물들이 주인공이었는데, 포식자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룡은 제외로 하자. 내용은 아빠 곰은 튼튼해 엄마 곰은 날씬해 등과 같이 할아버지 상어, 아빠 상어, 엄마 상어 등 등 가족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상어들이 포크를 들고 ‘작은 물고기’들을 먹음직스럽게 쳐다보는 장면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나브로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들이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의 입장, 약자보다는 강자의 관점에서 제작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있었다. 남북단일팀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고자 하는 IOC와 남북 정부들의 의도였다. 그러나 2030세대를 중심으로 그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일과 운동을 병행해오면서 힘들게 훈련하며 노력해왔던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출전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 정유라 특혜와 같은 것 아닌가? 하는 비판들이 SNS를 통해 온라인 공간을 가득 메웠다. 얼마 전까지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이 실시되고,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등 전쟁 위기 직전에 놓인 상태였고, 이를 해소시킬 계기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조차 출전권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핑크퐁 상어가족’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강자에 감정이입할 것을,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금수저·흙수저의 지독한 양극화 가운데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승자위주의 사회, 승자만을 숭배하고 패자부활전을 제거한 사회에서 참여정부 ‘웰빙’은 박근혜 정부 ‘헬조선’으로 전락하였다. 기회의 평등, 경쟁의 평등만이라도 가질 수 있었음하는 간절한 소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눈앞의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고단함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고려하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눈앞이 지옥, 한반도 평화는 먼얘기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의 폐해를 깨닫고,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필요함을 가르쳐야 할 학교는 여전히 승자독식, 강자중심의 체제를 내면화하고 있다. 특히 승진점수 누적에 따라 교장자격증을 부여하는 현행 교장제도는 중앙권력의 지시와 공문처리를 얼마나 잘 처리하였는가의 정도에 따라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체제이다. 승진점수를 따기 위해 중앙관료와 그들이 내린 공문처리에 목을 매달며 무한경쟁에 몰입하게 된다. 상대적 약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기보다 중앙권력에 눈치를 보는 행태가 일반화 된다. 게다가 승진점수 누적을 통해 교장자격증을 받고 발령이 나는 순간부터 학교에서 무소불휘의 제왕적 권력을 발휘하게 된다. 학교가 ‘중앙관료-교장-교감-교사-학생’의 수직화 된 포식자-피식자로 재편되게 된다. 학교가 이러하니 학생들이 ‘피식자’보다 ‘포식자’에 감정이입하기 쉽게 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행 학교체제를 수직적 포식자-피식자의 권력체계로 만들고 있는 요소들을 변화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변화 중 하나가 평교사가 학교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 교장에 대한 제한 비율인 15%규정을 폐지하고, 공모교장심사위원회 심사위원에 교사들이 30~40% 참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에 관한 입법예고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학교가 더 이상 승자독식의 포식자-피식자 권력체제로 남아있지 않기 위해서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