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승자독식에 저항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학벌로 양극화된 사회를 외면한 채 오직 대입제도 공정성만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이들에게 ‘르몽디플로마티끄’ 2012년1월6일 기사 ‘교육은 점령할 수 없다.(https://bit.ly/2PuAXmq)’를 권해주고 싶다. 우리 주변에 ‘빈곤과 양극화의 해법’으로 ‘교육’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돈과 재화)’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돈과 재화를 얻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물고기 잡는 법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제대로 못 잡아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물고기를 주어야하지 않을까? 기사에서는 물고기 잡는 법만 강조하며 물고기 주는 것을 비난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물고기 잡는 법 못지않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고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교육이 빈곤의 해법이라기보다 빈곤이 교육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다나 골드스타인 교육 전문기자는 “10여 년 전부터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교육’은 학생의 학업 성취에 15%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사회·경제적 환경’은 무려 60% 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고 최근 지적했다. 빈곤층 아동이 학교 공부를 더 잘하게 하려면 먼저 이 아동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잡는 법’너머 물고기 줄 수 있어야
 
 둘째,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노동 현장이라는 것이다. 좀 더 교육한다고 반드시 급여 수준이 더 높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양극화 해법으로 교육을 열렬히 추종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실제로 실현된다면, 그들의 투쟁 덕분에 수만 명의 저소득층 아동이 대학 졸업장을 받거나 보수 높은 직업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대단히 멋진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노동시장이란 자고로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전체 활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고 대졸자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빈곤층 자녀가 대학 졸업장 덕분에 더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면, 그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가정의 자녀는 더 나쁜 일자리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대개 어떤 경우든 부유층 자녀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기 마련이다).

 셋째,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소득과 자산을 침해할만한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만 강조하며 양극화 해법 외면하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 개선에 너무 역점을 두는 것은 양극화를 해소할 또 다른 해법을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즉, 처우가 낮은 일자리의 급여 수준을 좀 더 높이는 방법은 등한시하게 된다. 사실상 전 생애에 걸쳐 낮은 소득으로 인해 양극화에 시달리는 인구는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에 이른다.
 
 승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승자독식구조에 저항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2018년 11월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 산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진다. 수능 날 비행기가 멈추고, 그날 저녁 뉴스 탑 기사로 ‘불수능이다.’ ‘물수능이다.’라며 시험 난이도가 언급되는 사이, 승자독식의 학벌문제는 은폐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공정성 문제만 부각된다.

재벌의 ‘마름’이 되기 위한 경쟁이 교육의 전부인 것 마냥 여겨지는 사이 친구가 경쟁자가 되고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 시기와 질투, 우울증이 번진다.

‘경쟁’을 통해 ‘능력’으로 사람을 차별하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강력한 의식(능력지상주의)이 능력 없는 사람의 비인간적 삶마저도 개인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여겨지게 만든다.

낙오되면 죽음인 사회에서 고립되고 원자화된 개인들 사이에 끝없는 경쟁의 수직적 위계가 탄생한다. 끝없는 경쟁의 수직적 위계 하에서 누구도 열등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승자독식’ 저항할 힘 기르는 교육
 
 열등감에 중독된 자아들의 사회 즉 약한 자아들의 사회가 된 것이다. 약한 자아를 가진 개인은 부당한 권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굴종하게 되며 그러한 부조리 한 사회를 강화시킨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고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물건을 입고, 먹고, 소유해야한다는 ‘인싸 마케팅’, 자신이 소위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과잠’, 대학 수능 성적 입결로 무리를 구분 짓는 ‘지균충(지역균형 선발전형 입학생을 벌레로 분리시켜 지칭하는 말)’ 등이 그 특징이다.

따라서 2019년 우리가 더 고민해야할 대한민국교육의 방향은 능력을 키우고 승자가 되기 위한 방향보다 능력지상주의에 기초한 승자독식 구조를 비판하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승자가 되기위한 고민은 너무나 많이 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이 했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할 교육은 부당한 구조에 굴종하는 약한 자아들이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고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물건을 입고, 먹고, 소유해야한다는 ‘인싸 마케팅’, 자신이 소위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과잠’, 대학 수능 성적 입결로 무리를 구분 짓는 ‘지균충(지역균형 선발전형 입학생을 벌레로 분리시켜 지칭하는 말)’ 등 차별과 배제의 억압구조에 감히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자아들의 특징으로 인해 발생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Ⅰ. 한국 사회의 특징? 끝없는 경쟁 및 획일화와 약한 자아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는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이다. 사활적 경쟁으로 인해 개인주의가 극심해졌고, 일상은 사막이 되었으며, 생활리듬은 살인적인 속도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에선 열등감이 없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판검사, 의사,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끝없는 경쟁의 수직적 위계 속에서 언제나 누군가가 ‘내 위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만연된 열등감 속에서 ‘약한 자아’들의 사회가 되었다.’(김누리, ‘컬럼’ 경쟁, 야만의 다른 이름, 한겨레 2018.9.9)

 독일교육의 초석을 놓은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약한 자아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라고 하였다. 약한 자아를 가진 개인은 부당한 권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굴종하게 되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태인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성실히 수행한 아이히만이 자신은 군인으로서 명령대로 했을 뿐 죄가 없다고 항변한 것이 대표적인 약한 자아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독일교육의 중요한 요소, 저항권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현상들은 약한 자아들의 만연으로 인해 나타나고 강화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고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물건을 입고, 먹고, 소유해야한다는 ‘인싸 마케팅’, 자신이 소위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과잠’, 대학 수능 성적 입결로 무리를 구분 짓는 ‘지균충(지역균형 선발전형 입학생을 벌레로 분리시켜 지칭하는 말)’ 등 차별과 배제의 억압구조에 감히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자아들의 특징으로 인해 발생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Ⅱ.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 저항권 교육과 강한 자아

 아도르노는 약한 자아들의 부당한 권력에 굴종하는 악의 평범성. 그로 인해 발생한 홀로코스트를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민주주의 속에 살아남아 있는 민주주의를 내부로부터 위협하는 권위주의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권위주의적 사회구조와 문화 극복을 위해서는 부당한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맞서는 능력을 키워줄 ‘저항권 교육’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독일 교육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교육부의 기본지침에는 “수용할 수 없는 지배관계와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능력”, “저항기술에 대한 지식”, “개혁적 혹은 혁명적 성격의 기획을 실현하는 능력”, “주어진 사회적 규범을 자유로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규범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 결과 오늘날 독일은 ‘반권위주의 교육’, ‘비판교육’, ‘저항권 교육’을 통해 나치즘의 과거를 성공적으로 청산한 ‘과거청산의 모범국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김누리, ‘컬럼’ 무릎 꿇는 사회, 한겨레 2014.12.14)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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