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분위기에 편승했는지 최근 거짓말쟁이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도 개봉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정치인의 이중성을 제대로 꼬집고 있다는 데 바꿔말하면 정치인은 대체로 정직하지 않다는 ‘상식’을 기본에 깔고 영화를 봐야 재미와 이해가 높아진다.

 정치권은 그동안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과 투표 가능 연령이 담긴 선거법 개정 논의를 통해 이번 선거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만 18세 투표권 참여라는 나름의 성과를 내왔다. 이런 논의 바탕에는 ‘실제 민심’을 반영하는데 이전의 제도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고개드는 학연·지연…

 하지만 실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개정된 법도 기득권 정치의 꼼수 앞에선 한없이 미약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선거가 진짜 민주주의 꽃일까? 이런 질문을 자꾸 하게 된다.

 우리 지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선거에 출마하는 입지자들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누구와는 고등학교 선후배지간이며 누구와는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등 지역이 학교와 지역 연고로 다시 재편되는 듯 보였다.

 평소 우리 지역의 학연과 지연 위주의 인사 난맥을 지적하던 모 인사마저도 정작 본인이 정치를 하려니 향우회가 제일이더라고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선거 제도가 조금 느슨해진 학연과 지연 관계를 대놓고 더 공고히 묶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다른 예로 많은 후보자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대응에 함께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진작 자신들이 뿌려대는 수 만장의 명함 배포 중심의 선거운동 방식이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심각하게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받는 사람들도 법에서 정해놓은 방식만 가능하다고 하니 명함 몸살을 앓아도 어쩔 수 없는 일로 무관심하게 지나친다.

 정책과 공약 혹은 중요한 발언 중에 ‘공동체’라는 말은 가져다 쓰면서도 국회의원 비율은 물론 우리 사회 정책 의사결정 구조에 50대 이상 중년 남성으로 집중되는 과대표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선거는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던가?

▲‘이기고 보자’아닌 성장하는 과정을

 2020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 신청 후보 가운데 50대 이상 후보가 86.6%에 반해 30대 이하가 3.4%, 여성 후보는 10% 내외라는 차이나는 통계 숫자만 봐도 아찔하다.

 지금까지 광주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이 당내 ‘경선’에 나선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며칠 후면 당내 경선에 통과한 ‘첫’ 여성 정치인이 나올지도 관심 가져볼 일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유명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님에도 후보자 개인의 인지도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진다. 선거가 인물 지지도에 의존하게 되면 인물 정책 대결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는 ‘이기고 보자’는 결과 중심의 사고보다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평가하고 정치인은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가 ‘시민’을 향해 줄을 서게 되고 지역에서 성장해 오랜 기간 좋은 정치를 할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쉽게 하면서 늘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백희정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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