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정문에서 굴다리를 꿰고 직진하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뒤 막 속력을 내던 참이었다. 불현 듯 머릿속에 환한 불이 켜졌다. 광·주·드·림!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신문의 제호가 불거졌다.”

 ‘광주드림’이라는 제호가 탄생한 순간. 누구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황풍년 창간 당시 편집인(현 전라도닷컴 대표)의 회고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광주드림 보도로 본 광주’<가칭>라는 기록물을 준비하면서 황 대표로부터 받은 원고 중 이 대목이 눈에 띠었다.

 이어지는 황 대표의 기억. “수없이 많은 작명들, 홍수처럼 밀려왔다 포말로 잦아들던 온갖 수식어들이 일제히 가라앉았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군더더기들을 떨쳐내고 오로지 ‘광주’라는 공동체와 ‘드림’이라는 무가지의 정체성을 간추렸다. 광주드림은 그렇게 차안에서 벼락처럼 탄생했다.” 신문 이름을 지으려고 몇날 고민했던 시절의 얘기이니, 2004년 초였을 게다.

 ‘광주를 중심으로, 시민을 주인공으로, 가장 필요한 생활밀착형 뉴스를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정체성은 정립돼 있던 시절. 이를 담아낼 제호로써 ‘드림’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자부심이 여실하다. “처음부터 영문으로 드림(Dream)을 떠올리진 않았어도 ‘꿈’이라는 의미가 더없이 좋은 중의적인 제호가 되었다”는 대목은 자연스럽게 “꿈을 드립니다. 광주를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이어진다.

주식회사 7년+사단법인 7년

 예의 기록물 ‘광주드림 보도로 본 광주’를 구상하면서 전현직 기자 40여 명에게 물었다. 자신이 보도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와 그 뒷얘기를…. 기사의 시작과 끝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자들을 통해 광주드림 보도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교사 체육대회 뒤치닥거리 한 학부모들, 평화공원 풀어놓은 붕어 30마리 실종 사건, 직접 잠입해 추적한 송정동 여관촌 성매매업소 실태, 문서로 확인한 신설학교 교구 납품 리베이트 실태, 멧돼지를 쫓기 위한 고육지책인 호랑이똥,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5·18유영봉안소서 파안대소 고발, 2013년 U대회 유치전 광주 3표? 의혹, 일자리 빼앗기고 광주시청서 들려나온 청소노동자들, 관제데모에 나선 전의경어머니회, 광주시장 호화관사 이전 논란 끝 무산, 광주시교육청 외국어고 추진 무산, 율곡타운 독불 입대의 회장의 최후, 시민에게 버럭한 시민시장, 상무금요시장 철거 밀어부친 구청 등등 40여 건을 리스트에 올렸다.

 권력을 비판하고, 불의를 폭로하며, 약자를 대변했던 14년의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는데, 간추려진 기사들 상당수가 드림 초창기 작품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검증, ‘시간의 세례’가 더해진 오래된 기록에 무게를 실은 탓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예전 드림같지 않다”는 해석을 딱히 부인하기도 어렵다.

 다매체 다채널시대, 개별 언론의 존재감 약화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필연적 결과로 이어진 내부 역량 약화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창간 당시와 비교하면 드림의 인력 역시 많이 감소한 게 사실이다. 신문의 존재 기반 역시 큰 틀의 변화가 있었다. 주식회사에서 사단법인으로 조직 형태가 바뀐 게다. 편집권 독립 등 언론 기능적 환경은 나아졌지만, 재정·지원 등 경영 환경은 악화됐다.

‘지난 날’ 아닌 `현재 진행형’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건 덧없는 그 이름 뿐.” <‘장미의 이름’ 중> 이름이 현재를 대변하지 못하는 순간 덧없는 것임을 일깨운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드림’의 역사를 기록해보자고 나선 건 자부심의 발로였으나, 작업이 진행되면서 더 크게 다가온 건 두려움이었다.

 ‘지난날의 드림’을 병풍 삼아 차린 잔칫상 같아서다. 고관대작 옛 조상 신주 모셔놓고 빈약한 젯상을 차린, 몰락한 제주에게 무슨 찬사가 있으랴싶기도 했다. 해서 앞선 14년은 영광이기도 하고, 부담이기도 하다.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광주드림은 ‘지난 날’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남은 자들은 다시 현재를 대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별반 새로울 것 없는 다짐이 엄숙한 생일날이다. 14주년 올해는 주식회사 7년, 사단법인 7년의 교차점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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