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초 광주는 지하철 공사 중단 논란으로 뜨거웠다. 논란의 요체는 “광주에 과연 지하철이 필요한가”였다. “인구(당시 130만 명) 규모나 환상형인 도시구조 상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지하철 건설은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광주시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고 이미 공사가 시작된 마당에 중단론을 펴는 것은 정치적”이라며 맞섰다. 결국 논란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고 착공 7년 만인 200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다.

 그로부터 또 5년. 광주 지하철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니 답답하다. 건설공사에 1조4000 억 원이 들어간 것도 모자라 매년 2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땅 속으로 사라진다. 달릴수록 쌓여가는 운영적자를 메우기 위함이다. 수송분담률이라야 고작 1.9%다. 시내버스와의 무료환승제 시행으로 승객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하루 5만 명으로 경영수지를 맞추는 것은 요원하다. 여기에 환승효과를 높인다며 2,3호선 건설을 서두르고 있으니 또 얼마의 혈세가 들어갈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 때 지하철공사를 중단하는 게 옳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요즘엔 광주시의 돔 야구장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몰아세우지만 이제 겨우 민간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돔구장 건설계획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설비가 무려 4000억 원이고 지은 뒤에도 적자운영이 불가피한 시설인 탓이다. 광주시는 “시 예산 한 푼 안들이고 4000억 원 짜리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민간기업인 포스코건설이 지어서 기부채납키로 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돈을 누가 대느냐”가 아니다. 지하철 논란 때 그랬던 것처럼 “광주에 그만한 돈을 들여 지을 만한 시설인가”에 모아져 있다.

 광주의 도시규모나 해외사례 등을 봤을 때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게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평균 관중수는 1만여 명. 광주구장의 경우 홈팀인 KIA 타이거즈가 올해 1위를 차지했음에도 게임당 평균 8000 여 명이 들어왔을 뿐이다. 시장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훨씬 시장규모가 큰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돔구장을 지어 흑자를 낸 곳은 드물다. 일본에 6개의 돔구장이 있는데 그 중 인구 1300 만 명인 도쿄돔 만이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는 정도다. 도쿄돔도 프로야구 외 콘서트와 공연 등으로 연중 가동률을 극대화한 결과다. 프로야구 홈경기가 연간 60게임 안팎인 광주에서 나머지 300여 일을 도교돔처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돔구장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훌륭한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3만 석 안팎의 일반구장을 지을 경우 대략 1000 억 원 안팎이 소요되는데, 국비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홈팀인 KIA 구단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한다면 시 예산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야구장 부지도 굳이 다른 곳을 물색할 필요 없다. 시유지인 현 무등경기장을 활용하면 된다. 월드컵 경기장으로 인해 쓸모가 거의 없어진 주경기장을 헐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신축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필자 만의 생각이 아니라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제안되고 있는 안이다. 최근 한 방송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내 프로야구 명해설자인 허구연 위원도 이 안을 제안했다. 허 위원은 “광주의 야구팬들이 원하는 것은 호화로운 돔구장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야구장이다”라고 했다. 꼭 허 위원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새 야구장은 도시규모에 맞는 적정한 크기에 쾌적하고 안락하게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면 족하다.

 10여 년 전 지하철 공사 중단 논란이 한창일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역언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일부에서 정치적 복선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라고. 시민들의 뜻이야 어떻든, 돔구장을 밀어붙이는 박 시장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오일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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