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만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기 마련이지만, 이들만으로 학교가 굴러가지는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의 일상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청소·급식·시설관리 노동이 필요하고, 교육을 돕기 위한 행정업무 및 도서관 과학실 지원 등의 노동이 필요하다.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학교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노동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의 규모는 15만 명에 달하고, 직종은 50여 개나 된다. 이들의 노동 없이 학생을 교육할 수 없지만 노동의 중요성은 등한시되었고,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이나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 쯤으로 여겨져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10년을 일하나 1년을 일하나 언제나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학교 게시판에 신규채용 공고를 통해 계약이 해지되었음을 알게 되고, 부당한 노동조건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을 묻고 싶어도 누가 진짜 사용자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현실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고 견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11월9일 최초로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하면서 △호봉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교육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역별로 2차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우리사회가 여성노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급식실 조리종사 노동자들의 실태만 봐도 그러하다.

 급식실 조리종사 노동자들의 임금은 100만 원 남짓하다. 예로부터 밥은 하늘이고 생명이라고 여겨왔고, 흔한 우스갯소리로도 “인간사가 전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말하곤 한다. 그만큼 인간이 사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밥 짓는 노동에 대해서는 야박하다는 사실을 급식실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 태도와 유사하다. 가사노동을 가족을 위한 사랑과 헌신이라고 칭송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찮은 허드렛일로 여기는 통념 말이다.

 결국 집에서 밥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저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이 밖에서 밥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여성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데, 남자들은 힘을 쓰는 어려운 일을 많이 하고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덜 쓰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급식실 조리노동자의 저임금은 여성노동에 대한 일반적 해석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단적으로 급식실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보이고 있다. 무거운 물건을 다루거나 반복된 작업으로 인해 신체의 특정부위가 마모되는 현상으로 일명 ‘골병’든다고 표현되는 질환이다. 이는 가장 노동 강도가 높은 직군에 속하는 조선 선박제조업체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다.

  이처럼 급식실에서 여성들은 수백명 분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 조리기구와 식재료를 들고 나르며 웬만한 제조업 공장의 노동을 뺨치는 강도로 일하고 있지만, 밥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렵겠다는 통념으로 인해 쉬운 일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여성의 노동을 남편의 벌이를 보충하는 부수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한마디로 남편이 벌어다주니 아줌마는 반찬값 정도 벌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퇴직하거나 실직한 남편과 취업하지 못한 자녀를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그녀들의 노동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필수적임에도 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여성 노동의 현실과 통념의 불일치, 그리고 이중적인 태도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을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투쟁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맞서는 투쟁이다. 그리고 이번 파업은 우리 사회와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여성의 노동에 대한 편견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소중한 배움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학생을 볼모로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소란으로 눈살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해야할 이유다.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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