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노동권도 박탈
일자리 뺏고 `범죄자’라는 색안경

 지난 일요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고 자신의 요구를 알렸다. 여전히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이방인으로 여기고, 차별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했다. 한국 사람과 똑 같이 일해도 임금을 적게 준다거나,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한하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얘기한다. 사회적인 약자에게 권리를 차별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한다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법정에서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했으므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차별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에게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할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쟁의행위를 할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인천의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다가 구속당한 일이 있었다. 회사는 최저임금을 주며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을 시키고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원급에서 하루 두 끼씩 한 달 분 식대 24만 원을 공제하고, 12시간으로 인정해주던 근로시간을 11시간으로 삭감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근로제공을 거부했으나 회사는 노동부에 신고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했고, 결국 베트남 이주노동자 10명은 불법파업과 업무방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 됐다.

 이들이 구속된 이후 시민사회단체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대책위를 꾸려 저항한 결과 올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10명의 베트남 이주노동자 가운데 3명은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였고, 한 명은 체류비자를 상실한 이후였다. 법원을 통해 회사의 부당한 행위에 맞서 저항한 것이 정당했음을 인정받았으나 대가는 값비쌌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사례에서 주어를 한국인으로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대다수의 사라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명백한 불의이고 노동자들의 정당함에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과 다르고 어느 정도 차별은 용인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대표적으로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라거나, 범죄자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일자리문제를 이주노동자들이 발생시켰다는 실질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이 적고 일이 위험하거나 고되어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해당 업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인구수 대비 범죄율을 따져보면 내국인보다 훨씬 낮다.

 이처럼 실제 사실과 다르지만, 그러리라고 짐작하고 믿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심코 이주노동자들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일하다가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쩔 수 없고,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단지 편견에 불과한 문제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권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정당화하여 기본적인 권리는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편견에 대한 성찰은 우리 사회에도 유익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위기와 일자리 문제나 범죄발생으로 인한 사회 혼란의 문제를 이주노동자들 때문이라는 식의 손쉬운 외부의 적을 찾는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냉철하게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색안경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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