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같은’ 의사는 드라마일 뿐
의료원 폐쇄, 도민 모두에게 손해다

 메디컬 드라마는 장르 자체가 시청률 보증수표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료진의 애환을 다룬다고 하면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고 TV 앞으로 모여든다. 그래서 공중파에서는 메디컬 드라마가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방영된다.

 작년에 방영된 골든타임도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메디컬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등장인물 가운데 최인혁 교수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돈도 안 되는 응급실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외골수 캐릭터다.

 그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응급환자를 위해 운영비가 비싼 수술실을 응급실 전용으로 비워두자고 한다거나,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살리려면 병원에 헬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이처럼 실력은 있지만 돈 문제는 뒷전이고, 직언을 서슴지 않아 최인혁 교수는 병원에서 골칫덩어리로 여겨져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골든타임의 주인공 의사처럼 헌신적인 의료진의 모습은 메디컬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기요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환자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아프면 치료받길 바라며, 돈이 없어 그 기회가 박탈되거나 치료가 등한시 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제작사는 이 같은 대중적 관점을 반영하여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최인혁 같은 인물을 드라마에 자주 등장시킨다.

 메디컬 드라마에 반영되는 사람들의 바람은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비정하다. 의료행위도 돈벌이 논리에 부합하지 않거나 기득권 세력의 이해타산에 맞지 않으면 사람이 죽든 말든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최근에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를 들 수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이 300억 부채를 지고 있고 적자가 나는 경영위기 상태라 폐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위기는 부풀려져 있으며, 의료원의 적자를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진주의료원은 부채를 모두 갚고도 300억 원이 넘게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을 유지하려면 연간 10억 원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 예산 규모가 6조 원에 달하는 경상남도가 부담스러워할 수준도 아니다. 게다가 중앙정부로부터 200억 원의 지원을 받아 신축 이전한지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경영위기로 인한 폐업이 타당해보이지 않는데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에 제2청사를 짓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지역에서는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면 그 자리에 경남도청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홍준표 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이전비용 없이 공약을 실행하고, 현재 도청 터는 매각해 경상남도의 부채를 갚는 데 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얘기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이 도지사를 비롯해서 도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정일까? 그렇지 않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설립ㆍ운영되는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하나다. 연인원 약 2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저소득층 노인 인공관절 무료 수술, 거동불편 독거노인 무료 방문 진료, 지역사회 의료 지원 등 공공의료사업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환자가 돈이 없어도 국가지원을 받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병원이다. 따라서 진주의료원이 폐업하게 되면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과연 진주의료원에서 끝날 문제인가 라는 점이다. 광주와 먼 딴 지역 얘기라고 흘려들을 문제가 아니다. 돈벌이 논리에 밀려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의료시설이 폐업되기 시작하면, 다른 지역에 있는 공공의료시설에도 도미노처럼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도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이마저도 무너진다면, 공공의료에 대한 우리의 바람은 정말로 드라마에서만 실현될지도 모른다. 메디컬 드라마에 소신 있는 의사의 등장을 반기는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냉혹한 현실과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혹시 현실에도 있을지 모르는 최인혁 교수 같은 의사가 맞서주길 기대할 것인가. 당연하게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공공의료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실현해 가자.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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