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상 두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
경쟁조장 사회 바꾸는 게 급선무

 지난 일요일은 어린이날이었다. 날씨가 화창해 나들이를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았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행복하게 살길 바랐을 것이다.

 하루 전인 5월4일은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던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가 자식들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며 분신한지 18일이 되던 날이자,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송전탑에 올라 농성한지 2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모여 정몽구 현대자자동차 회장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비정규직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작년에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다.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노동자들이 겨울과 봄을 보내고 있고, 분신한 노동자가 3도 화상이라는 치명적 부상을 당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회장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이란 정규직만큼 돈을 주지 않고서도 정규직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고용방법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이란 결코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서럽고 아픈 이름이다. 같은 노동을 해도 임금은 절반이고, 현대자동차를 만들어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진짜 사장은 바지사장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책임을 물을 데가 없으니 말이다.

 이 같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 된다. 어린이들이 자라서 마주하게 될 현실이 바로 두 명 중 하나는 비정규직이 되는 세상이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주로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될지 모른다고 얘기해 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법칙을 체득하게 되었다. 낙오되면 도태된다는 불안감 속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친구인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 안정적 삶을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아이들의 경쟁압박은 더욱 커져서, 유년시절의 추억은 입시를 위한 부담으로 채워지고 학교 폭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과 학생들의 자살을 교육문제에만 국한해서만 볼게 아니라, 학교생활에 사회문제가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 고용과 생활이 가능한 수입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경쟁 압력을 심하게 받게 되고, 미래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다수의 사람들이 내 아이만 경쟁에서 살아남길 바라고, 내 아이만 비정규직이 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낙오하지 않기 위해 살아남으라는 주문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지만 유지될 것이고, 정몽구 회장처럼 자신의 이득을 위해 부당하게 다른 이들의 몫을 빼앗고 착취하는 것을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비판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도가 사라지게 하는 노력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학벌이나 부모의 재력 유무를 떠나서, 자신의 노동을 통해 일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아이들은 지금처럼 유년시절을 경쟁에 저당 잡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자라서 비정규직이라는 서글프고 부당한 현실에 직면하지 않도록, 사회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문제를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보태면서 비정규직이 대물림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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