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얘기만 나와도 불안한 노동자
다시 노조, 삼성전자서비스

▲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고맙다는 인사가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난 20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 사람들이 에버랜드에 놀러갔다가 생긴 일이다.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당신의 노동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아뇨, 저는 불행하지 않고 행복합니다”였다. 반가워하기는커녕 당혹스럽거나 불안해하는 태도다. 고맙다는데 왜 불행하지 않다는 걸까? 무엇이 에버랜드 노동자로 하여금 고맙다는 인사가 반갑지 않게 만들었을까?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에버랜드를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에버랜드가 노동조합의 ‘노동’만 나와도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 에버랜드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노동자 감시를 위해 360도 회전 CCTV가 늘어났다고 한다. 노동조합을 주도한 사람은 트집을 잡아서 해고하고, 노동조합에 가입된 사람들이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미행했다. 회사 교육시간에 노동조합원들을 기피대상으로 지목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했다. 심지어 조합원 가족에게 노조탈퇴를 설득해달라고 전화까지 한 일도 있다.

 이제 왜 그 노동자가 불행하지 않다고 했는지 알 법하다. 노동조합은 일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회사에 제기하는 집단이니까, 불만이 없다고 답하면서 노동조합에 관심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거다. 그런데 회사에 건의사항이 있냐고 물어본 것도 아니고, 노동조합에 함께 하겠냐고 물은 것도 아닌 “고맙다”는 인사에 황급히 “불행하지 않다”고 답변하는 모습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행여 노동조합에 눈길이라도 주면, 불이익을 각오하라는 공포를 조장하는 에버랜드에서는 고맙다는 인사도 불편해진다는 사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에서 일하면서 무슨 노조냐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나 삼성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단적으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유해물질로 인해 병을 얻거나 목숨을 잃은 노동자와 유가족은 노조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절규한다.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삼성이 노동자들을 유해한 환경으로 내모는 일에 제동을 걸어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없었을 것이고, 삼성이 산업재해를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노동조합은 돈줄을 쥐고 흔들며 횡포를 부리는 회사에 맞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회사가 크거나 작거나에 문제가 아니며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권리다.

 최근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삼성노동자들이 또 나타났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이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고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지만 삼성직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삼성전자 서비스가 밤낮 없이 싼 임금으로 부려먹으면서, 바지사장 앉혀 놓은 협력업체 핑계 삼아 사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삼성은 무노조 악명에 걸맞게 노조설립하면 협력업체를 폐업하겠다는 등의 방해공작을 피고 있다. 우리는 삼성이랑 싸워서 어떻게 이기겠냐며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되었다고만 생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용기를 낸 그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사회적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버랜드와 삼성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싸움은 노동조합 설립의 권리를 방해하며 법질서를 흔드는 삼성의 횡포에 맞서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경제민주화의 의미도 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이 막대한 이윤 독점을 견제하자는 것인데, 노동조합 설립은 삼성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노동자를 부려먹으며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제동을 거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는 삼성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사회적 여론이 확대된다면, 삼성이 노동에 감사한다는 인사가 반갑게 받아들여지는 일터가 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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