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헌재 판결

 지난 5월28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26번째 생일날 축하 케이크 대신 헌법재판소(헌재)의 ‘합헌’ 판결문을 받았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노조 아님’이라 처분했던 근거 조항인데, 전교조 규약 중 ‘해직교사’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부분이 법률의 ‘현직 교원’만 노조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 아님’이란 노조가 노동조합법(정식 명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해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법외노조’ 또는 ‘헌법상 노조’라고도 부른다. 불법노조가 아니며, 노동조합법상의 여러 권리와 혜택을 다 누리지는 못하되,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만 보장받아 노조활동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 1989년 출범해 1999년 합법화된 전교조를 합법화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전교조와 항소심(2심,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전교조 판결을 앞두고 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군사정부 시대의 유물에 대해 헌재가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은 국제 기준에 맞는 판결을 기대한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처사이다. 해직교원의 조합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해직교원의 기본권을 부정한 것이며, 다른 산업별 노동조합에서는 허용하면서도 산업별 노조인 전교조만 안된다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이해될 수 없다.



해직자 조합원 인정, 왜 교원만 안되나? 

 이번 판결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것은 아니다. 헌재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에 대한 적법성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결정한 것이고, 해고자 9명이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6만 명 노동조합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한 것은 안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2심) 재판에서 전교조에 더 유리한 영향을 줄 내용이다.

 그래서 헌재에 묻고 싶다.

 해직교사의 전교조 가입 허용은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의 전제조건이자 ILO(국제노동기구)의 의무 조건인데 이를 지키지 않을거면 이들 국제기구를 탈퇴해야 하지 않나.

 해직교사의 노조활동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하였는데, 법률로서 노조원의 자격조건을 제한하는 것이 노조활동의 자주성을 더 침해하고 있지 않는가. 문명국가에서 사례가 없는 규정을 이용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 더 심각한 자주성 침해가 아닌가.

 또, 법원에도 묻겠다.

 헌재의 논리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6만여 명의 구성원 중 단 한 명이라도 해직교사가 포함되어 있으면 법외노조라는 말인가? 9명의 해직교사라 해도 0.015%인데, 이 때문에 16년간 합법적으로 활동해온 단체를 해체하라는 말인가.



6만 명 중 9명 빌미 해체할 것인가?  

 그리고 단 한명의 해직교사 가입자라도 있으면 이를 이유로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것이 옳은가. 정부나 정당에 비리 정치인이 한 명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법외정부’, ‘법외정당’으로 선언하고 해체해야 하는가. 학교로 보면, ‘서면사과’나 ‘교내봉사’ 정도의 사안을 바로 ‘퇴학’처분한 것이 옳은가.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물로 탄생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이번 판결이 헌법재판관 8:1로 나왔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1:8 만큼이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전교조가 처음 태동하던 1989년 전교조의 태동 당시 전교조 교사 1500여 명의 해직을 합리화해준 원죄가 있는 헌재가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 된 다음에도 그 논리를 고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헌법 가치 판단을 회피한 채 법원에 판단을 떠넘긴 것은 책임을 회피한 행위이다. 헌재의 이번 무책임한 판결로 학교 현장은 한동안 ‘합법’과 ‘불법’, 그리고 ‘노조아님’의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치르게 되었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