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통해서 사회가 정의롭고 바른 사회로 가야한다는 열망을 확인했다. 촛불 광장에서는 시민평의회나 만민공동회가 열려 10대 청소년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정치나 사회에 대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번째 촛불집회에서 사회자가 박근혜와 최순실을 여성으로 치환해 ○○년으로 호명하는 사태에 대해 집회 참여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결과 주최 측은 매회 집회 시작 전에 여성혐오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멘트를 했다), 젠더 인식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선거에서 표에 영향을 줄 만큼 막강했으며(19대 대선 시 홍준표 후보의 과거 돼지 발정제로 강간 모의 사건 등) 최근 새 정부의 주요직 인사 검증에서도 젠더 의식은 인사의 성공을 가늠할 만큼 중요하게 떠올랐다. ‘젠더 정의를 풀지 않고는 다른 정의를 풀 수 없다’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성이 못하면 더 가혹한 평가

 하지만 아직도 ‘젠더 정의’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일들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여성리더십에 큰 타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여성이 못하면 더 가혹한 평가가 따라오게 된다. 대통령이 못한 것이 아니라 여자여서 못한 것이 되는 것 말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보다는 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발언과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여성으로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여성’이었기 때문에 가능할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성폭력 스캔들이 줄을 이었다. 세계에서 한국이 성폭력 발생률이 상위권에 속하고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빈도를 생각한다면 별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연예인 성폭력 스캔들은 고소와 수사, 처분을 보면 늘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 ‘갑작스런’ 고소 취하, 피해자의 과거가 ‘문제’가 되는 것 등이다. 이로써 피해자의 ‘진정성’이 의심받으면서 가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떨어지는 등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게 된다. 피해 여성은 ‘꽃뱀’으로 둔갑해 무고죄에 기소되기도 한다.

 그 중 한 사건의 피해자였던 성폭행을 주장한 여성에게 ‘무고죄 아니다’라는 판결이 얼마 전 나왔다. 유명 연예인 성폭력 스캔들이 터지면 의레 피해자에 대한 시선이 ‘꽃뱀’이라는 의심으로 초기화 되는 현실에서 유의미한 사례라고 보여 진다.



여성들 지위 높아졌다고, 정말?

 지금도 필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의 높아진 지위에 대해 말하고 충분히 평등해 졌다고 항변한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의 고민에 동의하며 질문해 본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장치들을 계속 지지 확산하는 환경 속에서 성 평등은 어떻게 가능한가? 여성을 계속 비인격화하는 문화 속에서 평등 원칙은 어떻게 실현가능한가? 남성중심적 성규범을 그대로 둔 채, 여성들을 적응 동화시키는 작업이 어떻게 성 평등과 연결되나? 주말 오후, 젠더 정의에 입각한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꿈꿔본다.

백희정<광주여성민우회 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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