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지난 30여년간 배우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폭력이 자행되었음을 고발했던 #미투 운동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하고 나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하비에 의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70여명에 달하고 결국 하비는 파산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다.

 한국에 상륙한 #미투의 첫 시작이었던 ‘서검사가 고발한 검사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한국 사회가 성폭력 문화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오히려 성폭력 피해 사건을 지원하는 검사 조직에서조차 대놓고 성폭력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여기서 시작해 #미투는 법조계를 넘어 문학계, 영화계, 연극계, 종교계를 관통해 정치권에 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우리사회 왜곡된 성문화 민낯 고스란히

 사람들은 #미투 열풍이 미국의 영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동안 한국에서 여성들은 ‘젠더폭력을 멈추라’고 끊임없이 외쳐왔다. 성폭력 피해 건수가 해마다 늘고 행태도 심각해짐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 외침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일부 ‘정신이상자’의 소행이며 오히려 대다수의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며 불쾌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정신이상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을 자행했으며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미투가 확산되면서 참 이해하기 힘든 반응들을 접하게 된다. 지목된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너무 믿어서였을까?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사건들이 폭로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성폭력 통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폭력을 신고해도 사건화가 되는 비율은 지극히 낮을뿐더러 성폭력사건이 터지면 언론에는 어김없이 ‘여성’ 피해자의 이름과 신상이 노출되고, 평소 피해 여성의 행실은 그 사건이 성폭력인지 아닌지를 구분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엄연한 성폭력이 ‘성추문’이 되거나 ‘부적절한 관계’가 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고소되는 경우도 많다. 또 대부분 힘의 차이를 이용한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낮은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은 쉽게 피해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틴을 고발했을 때 어느 누구도 피해자의 행실이 어떠했다거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또 영화계의 거장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거나 향후 미국 영화계의 위기가 올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나도 당했다”아닌 “나도 말한다”로

 오히려 자신들이 설 수 있는 공식적인 무대인 시상식에서 블랙과 화이트 의상을 입는 정치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미투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하였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앞으로 자신에게 올 불이익과 낙인을 감수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행해졌던 일들이 ‘범죄 행위’ 이었음을 똑똑히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안착시키기 위한 ‘주체자’이기도 하다. #미투가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나도 말한다’로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의 용기에 힘입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함과 동시에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반성하고 바꿔져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요구에 우리는, 나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백희정<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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