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위헌으로 판결난 것이다. 낙태죄를 인정한 재판관은 9명 중 2명뿐으로, 소수의견이었다. 7년 전 판결에서 4:4로 팽팽했던 때와 비교해 확연하게 달라진 결과다.

 지난 3·8세계여성의날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여성대회 가장 큰 화두는 ‘낙태죄’였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여성민우회 등 인권 활동가들의 염원이 ‘낙태죄 끝장내자’라는 구호로 울려 퍼졌다. 더 이상 ‘낙인찍지 말라’는 강력한 호소였다.

 그 날의 호소는 낙태죄의 위헌성이 인정된 날, 비로소 ‘환영’의 메아리로 돌아왔다. 성평등 사회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성명이 줄을 이었다. 그 가운데 ‘낙태죄 폐지를 위해 고군분투 했던 여성들 모두의 승리’라는 문장에서 한 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얼굴이 스쳤기 때문이다.

 전면에서 ‘낙태죄 폐지’를 외치며 투쟁해온 이들과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발로 뛴 활동가들…. 그리고 낙태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그래서 몸과 마음을 숨죽여 앓았을 수많은 평범한 여성들의 얼굴이었다.

 누군가는 낙태죄가 사라지면, 낙태가 쉬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태아도 생명이라는 말도 덧붙여서. 그러나 수많은 여성들이 외쳤던 ‘낙태죄 폐지’는 결코 ‘낙태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었다. 낙태를 처벌하는 순간, 여성만이 오롯이 죄책감을 감당하고 죄인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자그마치 66년 동안 형법에서 존재해 온 낙태죄야 말로 단죄돼야 할 죄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은 ‘모든’ 여성들의 승리가 맞다.

 이제, 여성은 진정 자기 몸의 주인이 돼야 한다. 건강하게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안전한 임신중지권, 평등한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

 2020년 12월까지 법개정 논의를 통해 첫 단추가 꿰어질 것이다. 내년엔 4월15일 총선이 있다. 그동안 국회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낙태죄’라 할지라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여성들을 억압하던 굴레를 직시해야 한다. 책임 있는 정책을 기대하겠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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