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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살충제 계란 낳은 닭의 죄를 논함
채정희 good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9-01 06:05:02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문이 한달여째 이어지고 있다. “독성이 가장 심한 피프로닐의 경우, 성인은 126개(하루)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발표는 국민 불신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이젠 메추리알 등 다른 식품, 생리대·기저귀 등 생활용품까지 유해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당국의 전수 검사 과정에서 영천의 한 농가에선 40여 년 전 사용 중지된 맹독성 농약 DDT 성분이 검출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절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농장주는 자신이 키우던 산란계 8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농장주는 참회하듯 항변하듯 보였지만, 닭들은 항변조차 못 한 가혹한 즉결처분이었다. ‘독감을 옮긴다’는 혐의(AI 사태) 때와 마찬가지였다. 재판이라는 사법절차를 적용받는 인간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엔 동물 재판이 등장한다. 인간들과 개미들이 공동 피고로 법정에 끌려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개미사회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사고를 혁신하자며 ‘개미 혁명’을 꿈꿨던 사람들, 손가락(인간)들의 기술을 배워 활용하고자 혁명에 나섰던 개미들이 피고였다. 각자는 서로를 추종하며 ‘혁명’을 위해 접촉했고, 이를 불온시 여긴 치안당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몇 명이 죽은 게 발단이었다. 최초, 살인 혐의로 기소된 건 인간들뿐이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실제 공격을 실행한 개미들 죄도 물어야 한다’며 그들의 리더인 여왕개미를 붙잡아와 추가 기소했다.

동물 재판, 억울한 죽음들

 ‘동물 재판’은 소설 속 상상만은 아니다.

 1474년 스위스 바젤에선 암탉이 재판에 부쳐졌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드몽 웰즈>에 소개된 사실이다. 노른자위가 없는 알을 낳은 게 문제였다. ‘마귀가 씌었다’는 죄로 둔갑했다.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했던 중세 1000년, 마녀사냥은 동물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닭에게 내려진 판결은 화형이었다.

 1519년 이탈리아에선 두더지 떼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 ‘농작물에 해를 끼쳤다’는 죄였다. 이들은 운좋게 사형은 면했다. 법정은 그들을 농부 밭에서 영구 추방한다고 판결했다.

 1924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래브라도에선 사냥개가 재판에 회부됐다. 주지사의 고양이를 물어죽인 혐의였다. 개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실제 갇혔던 모양이다. 수감 6년 후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살충제 계란을 낳은 ‘죄’로 기소된 닭들이 법정에 섰다면 어떻게 항변했을까?

 “코딱지만 한 케이지(사육장)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이 삽니다. 주는 대로 먹고, 뿌리는 대로 뒤집어 쓴 죄밖에 없습니다. 유해 달걀을 낳은 게 죄라면, 살충제를 뿌린 사람, 그런 살충제를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했던 정부도 같은 죄인입니다.”

 다시 소설 속 개미 재판정. “당신의 군대가 사람을 공격했습니다. 당신은 왜 경찰관을 죽였습니까?” 추궁당한 여왕개미는 이렇게 항변했다.

 “우리 무리가 손가락(인간)들을 공격한 게 아니라 손가락들이 공교롭게 우리 무리 속에 있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우리 개미들을 3000마리도 넘게 죽였을 겁니다.” 소설 속 개미는 다행히도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현실 속 암탉, 두더지, 사냥개는 화형, 추방형, 무기징역형을 피할 수 없었다.

“공장식 축산·감금틀 사육 폐지하라”

 상상해본다. 살충제 계란을 낳은 닭을 법정에 세웠다면 어떤 판결이 나왔을까? 닭들의 항변이 받아들여져 농부와 정부가 추가 기소됐다면?

 “천시받고 당국의 관심밖인 농촌에선 생명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저 생산성 높여 이윤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현실에 내몰려 있습니다. 공장형으로 집단 사육하고, 이 때문에 창궐한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쓴 것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식품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당국이 인정한 농약이었습니다.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농부의 최후 진술이다.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그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입니다. 친환경 인증 등 업무를 민간에게 맡긴 것 또한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선의로 풀어놓은 규제입니다. 잘못은 악용한 이들에게 있습니다. 감독 부실 등 관리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살충제 계란 자체가 먹고 죽을 만큼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정부 측 최후 진술까지 들었다.

 이제 판결이다.

 “국내 알낳는 산란계 닭 사육농장은 약 1400여 곳으로 이들 농장의 99%가 닭들을 철창 케이지에 감금하여 기르는 공장식 축산이다. 한 마리당 케이지 면적은 가로 20cm, 세로 25cm 로, A4 복사용지보다 작은 공간이다. 닭들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극도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다. 양계농가에서 왜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 지, 닭들의 사육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닭들은 진드기 때문에 밤새 잠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폐사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범은 공장식 집단 사육시스템이 명백하므로, 공장식 축산,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라.”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을 판결로 갈음한다.

 결국 닭들의 죄가 아니었음에, 즉결처분돼 매몰된 그 한은 누가 풀어주리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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