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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뺏긴 권리, 지워진 책임
김서희
기사 게재일 : 2018-06-14 06:05:02
 모든 실험이 각각의 이유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미생물 실험이 어려운 점은 실험대상이 되는 균을 관리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차단하는 일이다. 두 경우 모두 변수가 너무 많아서 모든 변수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균의 특성 등에 따라 매뉴얼 된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위험이 있다. 게다가 멸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멸균이 됐는지 여부는 균이 성장하여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최소 2~3일이 지난 뒤에 발견할 수 있으며, 99% 이상 진행된 실험일지라도 모두 처음부터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다. 실험자를 멸균하고 실험하는 재료와 기구도 멸균한다. 다른 실험보다 청소와 소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실험을 위한 모든 ‘부수적인 활동’은 애초에 연구사업 안에 포함되지 못한다. 학문적인 가치나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요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일련의 노력이 삭제된 연구계획으로 세워진 ‘○○효과를 위한 미생물의 분리 및 특성’이라는 목표 아래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연구기간 안에 결과를 내야한다. 그리고 연구의 결과의 양과 질은 필연적으로 연구실의 재정이나 인력과 같은 외적인 환경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좋은 후보 선택굚 유권자만의 짐인가?
 
 이 문제는 연구자 개인의 힘으로는 타개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구자가 속한 기관에서 일정기간의 계획을 세워 실험실의 환경을 보다 효율적이고 청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실제 기관에서는 대부분 연구 성과가 좋지 못한 것을 연구자의 능력과 의지라고 판단한다. 물론, 열악한 연구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판단으로 보이지만 기관 전체의 저조한 연구 성과에는 결국 기관의 책임이 크다.

 이와 비슷한 문제의 양상이 어째선지 전혀 다른 분야인 지방 선거에서 보였다. 선거기간에 펼쳐지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어떤 후보는 중도에 사퇴하기도 비리가 폭로되기도 하고 후보가 다른 후보와 단일화가 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선거 과정 안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후보 중 한 인물을 골라야 하며 예측 불가능한 환경(변수)과 다른 후보로부터 지지하는 인물을 지켜야한다. 이 과정에서 외적인 환경인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을수록 이 모든 노력은 유권자가 가져가야 할 짐이 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요인으로부터 후보를 골라내기 힘든 만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다시금 열악한 환경에서 후보를 골라야 하는 상황으로 되돌아온다.

 어떻게든 좋은 사람을 뽑아 좋은 지역사회 나아가 좋은 국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온 나라 가득인데, 해가 지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역에선 기득권 세력의 배만 부른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내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도지사 등 지역의 장을 역임했다는 사람들은 임기가 끝나면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으로 출사표를 던지기도 한다.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국가의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다채로운 이해관계가 집합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는 지역은 그나마 형편이 났다.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광역시는 이 같은 지역 민주주의에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 있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흔히 지방 유지라 불리는 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짓밟힌다. 그들이 어떤 색 옷을 입고 나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많은 색의 옷이 보이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두 거대정당과 무소속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유권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당들에게 있다.
 
▲기탁금·선거구제 등 제도적 개선부터
 
 이번 정부가 노래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직접민주주의는커녕 문재인 효과로 비록 적폐라고 할지라도 최대한 많은 당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지방행정에서도 힘이 없는 유권자가 국가행정에 소리를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국민청원제도와 같은 허울 좋은 직접민주주의가 가지는 순기능을 뒤로 하더라도 그에 수반된 노력 이상으로 지방자치의 개혁에 더 많은 에너지와 재화를 사용해야 한다. 선거 기탁금과 같은 선거 진입장벽은 낮추고 유권자의 다양한 선택이 반영되는 선거구제도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내걸어 마치 전 국민의 의사를 새겨들을 것처럼 홍보하던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졸속적인 행동은 연구실 개선을 위해 지원된 정부 예산을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연구자에게 부족한 연구 성과를 이유로 박봉을 정당화하는 일부 기관들과 다를 바가 없다.
김서희<전남대학교 공과대학 환경에너지공학과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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