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부터 따져야” 귀찮아서인지, 정말 힘들어서인지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승진하려면 공부해야 하는데, 누워 있는 것이 너무 편해서 놀다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매번 마감이 닥치면 다음번에는 미리 써놨다가 여유 있게 보내야지 하지만, 이것은 생각뿐이고 닥쳐야 급하게 일을 마무리 하는 제가 싫어요’ ‘빈둥거리지 말고 방 정리 좀 하라고 하지만, 매일 같은 잔소리를 듣는 자신은 게으름뱅이’라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행동을 고칠 수 있을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누구나 이런 경우는 다 있지 않을까. 하고 싶지만, 해야 하지만, 하려고 했지만, 했어야 하지만 ‘뜻’한 바대로 하지 못하고 슬쩍 다음번으로 미루기. 자꾸 미루다 보니 ‘습관’으로 들러붙어서 타파의 대상이 된 ‘게으름’이라는 나의 그림자. ‘다음에는’ ‘이번에는’이라는 각오를 다져보지만 어처구니없이 나의 무릎을 꺾게 만드는 내 안의 강적, 나를 게으름뱅이로 만드는 지연행동 1~2개 쯤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청소하기가, 공부하기가, 출근하기가, 숙제하기가, 설거지하기가, 부모님 찾아뵙기가, 공과금 납부하기가, 일찍 일어나기기, 운동하기가, 일하기가 기타 등등.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에 드는 일 빼고 어쩌면! 모두 다 하기 싫고 미루고 싶은 것은 아닐런지.

 게으름의 사전적 정의는 행동이나 일 처리가 느리고 일하기 싫어하는 버릇이나 성미이다. 해야 할 것을 알면서 곧바로 실천하지 않는 습관 중의 하나. 이를테면 가끔 늦잠을 잘 수는 있지만, 시험기간에도 계속 늦잠을 자고 공부를 하지 않을 때, 혹은 실컷 자고 딴 짓하다가 겨우 책상머리에 앉는 행동 패턴이다. 해야 할 것(목표)이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빨리’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한 채 뒤로 밀린다. 왜 그럴까.

 행동을 지연하고 미루는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일은 적절한 칭찬이나 보상 없이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 싫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싫어서 그럴 수도 있고, 시키니까 ‘할 수 없이’하는 일이어서 자발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혹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이 동기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 봤지만 세상이나 사회, 다른 사람이 변화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 들이게 되어 사회나 세상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 그럴 수도 있다. 혹자는 공부하려는데 자꾸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 집중이 안 되는 예민한 상태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친구 만나고 영화보고 하느라 시간 조절에 실패해서 그럴 수도 있다. 가끔은 일이 잘 안되서 창피를 당하느니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자기 방어 본능 때문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만 ‘이따가 이따가(있다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부족 때문에 사소한 일(?)을 열외시켜야 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심리적 무력감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면 어떤가. 방과 후 학원 일정에 맞춰 살아야 하는 학생, 평생 자기 계발을 하고 스펙을 관리해야 하는 직장인,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 출퇴근시간으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도시 생활 등이 그 원인이라면 말이다. 공부하기만으로 너무 바빠서 그 외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그것을 굼뜨고 나태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시간이 필요하며, 자발적으로 귀차니스트가 되어 노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 게으른 행동을 하는가. 시키는 사람이 싫어서 일을 미루는 것이라면 시키는 그 사람과 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고, 동기가 부족하다면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주저하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게으른 행동을 수정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지 말고 당당하게 게으름의 원인을 살펴보라.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 헤맨다. 지인들의 경험담이나 심리학적 지식, 관련한 도서를 읽고 개인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쫓다 보면 늘 마감에 쫓긴다. 마감이 닥쳐와야 정보 수집을 그치는 나의 완벽주의(?)가 어쩌면 나의 게으름의 원천이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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