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가 다른가, 사안이 다른가?

 새 정부 장관후보자들의 인사검증이 한창인 요즘 야당의원들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등과 같은 문제를 주장하며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정부 여당을 향해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맹비난이다. 이들의 말인 즉,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에 위의 잣대로 지금은 야당이 된 여당과 후보자를 평가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고 ‘나는 되고,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듯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게 들린다. ‘내로남불’하면 안 되지. 왜 잣대가 달라.‘내로남불’은 우리 일상에도 흔하다. 이를테면 내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면 그것은 내가 능력이나 안목이 좋아서 돈을 버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은 ‘투기’라고 하는 일. 내가 지각하는 것은 어제 너무 늦게까지 일을 해서 그랬지만 다른 사람이 지각을 하게 되면 그것은 그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나는 늦어도 되고, 다른 사람은 늦으면 안 된다’식의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일들 말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내로남불’은 어떻게 가능할까.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이나 행동을 자기 위주로 하는 자기중심성 때문은 아닐런지.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의 잣대는 자신이 하는 행동과 타인이 하는 행동에 대한 잣대가 달라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다른 이유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고 정당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합리화 경향 때문 일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의 행동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식의 설명이다.또 다른 설명으로 어떤 행동에는 의도가 있고 사람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내 일(행위자)’ 인지, ‘남의 일(관찰자)’ 인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기 때문 일수도 있다. 내가 행위자 일 때 행동 그 자체로 어떤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본다. 즉 부동산 투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나의 노력’쯤 으로 합리화된다. 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은 불법 투기가 되더라도, 그는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폄하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그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를 평가할 때 그가 한 행동은 의도적이거나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즉, 그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고 여긴다. 반면 나는 불법적인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청문회를 보면서 야당이 하는 ‘내로남불’이라는 주장이 나는 불편하다. 왠지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 같고, ‘초록은 동색’처럼 들리는 것은 뭘까. 그러니깐 지금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는 현 정권에 시기와 질투를 느끼면서 ‘너도 나랑 다르지 않고 같다’며 폄하한다고 느껴진다. 거기에서 좀 더 생각이 나가면 ‘나는 아니다’라고 부정한다는 느낌적인 느낌마저 든다.

 각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같은 무리로 취급 받는 경우 이를 ‘도매금’이라 일컫는다. 도매금에 묶이면 잘못한 사람이나 너나 나나 모두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식으로 한 묶음 취급을 당한다. 최근 어떤 정치인이 막말로 곤혹을 치르자 변명으로 내 놓은 말이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 하기도 한다’며 경상도 사람을 모두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도매금에 넘겨 버렸다. 도매금으로 넘긴 이가 얻는 이득은 ‘묻어가기’혹은 ‘무임승차’는 아닐까.

 내가 하는 사랑이 진짜 로맨스 일수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사랑이 진짜 불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나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비교해야 하는가. 혹시 비교를 통해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리고, 좋고 나쁘고를 평가하기 위해서 즉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냥 도매금이 목적일까. 잣대가 다른 게 아니라 사안 자체가 다르다면….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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