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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석 사회분석]신화로서의 박근혜 탄핵
정의석
기사 게재일 : 2017-09-11 06:05:01
▲ 지난 7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오마이뉴스 ⓒ유성호>
 옛 일기를 들추어 읽어보듯이 가끔 지나간 기사를 읽어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처벌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조금은 사그라지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현재, 우리는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다시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거쳐 온 것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라기보다 우리 국민의 무의식에 깊이 아로 새겨질, 그리고 우리 세대만이 아닌 대한민국이 지속하는 한 꾸준히 전승될 신화 수준의 사건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세대 극복 오이디푸스 신화
 
 신화 중 여러 민족에게 공통된 신화소 중 하나는 ‘부친 살해’ 혹은 ‘부친 극복’이다. 그리스 신화 중 ‘오이디프스 신화’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록 프로이트는 ‘오이디프스 신화’를 지나치게 근친상간욕구로 해석하였지만,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은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려 했다. 그 하나는 세대갈등과 극복이라는 주제로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심적 경험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신화를 보면 타락하거나, 부패한 구세대는 재난, 혼란, 질병 등을 일으킨다. 신화는 재난과 관련된 자연적 현상에서, 전쟁과 같은 사회적 현상까지 구세대의 타락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라가 이처럼 혼란스러울 때 영웅이 등장한다. 그는 신세대이자, 구세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구세대의 법과 신세대의 법은 충돌하며, 구세대의 체계와 법은 무너진다.

 아버지의 법이라 일컬어지는 구세대의 체계가 항상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동학혁명은 우리국민이 경험한 극명한 실패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등장도 구세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경험한 박근혜 탄핵은 ‘오이디프스 신화’처럼 우리 국민이 경험한 성공적 구세대 극복의 한 예이다. ‘오이디프스 신화’와 ‘박근혜 탄핵 신화’의 다른 점은 영웅이 한 개인이 아니라 국민 혹은 시민과 같은 다수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탄핵을 이끈 우리 국민 모두가 고구려를 세운 주몽 혹은 오이디푸스일 수 있다.

 신화는 그 시대의 특정 집단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사건을 깊은 무의식에 저장한다. 의식의 표면에서는 소설 같은 단순한 이야기만이 드러나지만, 무의식에서는 강한 감정과 욕동이 자신들도 모르는 채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한 시기에 강력한 힘으로 반복적으로 드러나곤 한다. 어쩌면 작년과 올해 우리 국민은 부패한 왕,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를 진보시키자면 불가피한, 반드시 행해져야만 하는 역사적 의무였을지 모른다. 만일 아버지 살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암울했을 것이며, 부패한 아버지의 법이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타락한 왕의 최후, 영웅은 국민
 
 신화적 테마를 참고해보면 앞으로의 정국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경험에 ‘구세대 극복’의 신화소가 각인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구세대의 법을 소환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폐기된 구세대의 법, 아버지를 회생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죽어버린 타락한 왕을 추모하고, 되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국민은 신세대의 법, 아들의 법을 환영하며 따르고 있는 상황에, 시대를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당은 어떤가? 국민들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은 직관적으로 그가 신세대 이미지를 쓰고 있지만, 구세대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 아닐까? 그가 알 수 없는 ‘극중’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스스로 폐위된 구세대에 머물러있음을 여전히 주장하는데, 어떤 국민의 그의 주장에 호응할까? 이미 아버지의 시대는 지나갔는데 말이다.

 역사는 반복한다. 신세대는 항상 구세대를 극복하려 한다. 신세대가 새로운 에너지로 한 시대를 발전시키다가, 그 에너지를 잃고 방황할 때 다른 세대가 등장한다. 내외적 조건이 맞는다면 신세대는 구세대를 대체한다. 그리고 사회는 새로운 가치아래에서 마치 급성장하는 청소년처럼 그 시대를 빠르게 변화시킨다. 타락한 왕은 죽었다. 아들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아들이자, 영웅이다.
정의석 <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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