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역설

 길을 가다 가방을 하나 보았다. 가게에 들어가 이리 저리 살펴보고 살까했는데 마음속에서 이 가게에서 사면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아 급히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유사 상품 목록이 몇 페이지에 걸쳐 올라와 비슷한 제품이 엄청 많았다. 또 사용후기나 제품 리뷰기사를 읽다보니 누군 좋다, 누군 별로다라며 제각각이어서 믿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 가격을 주고 그 물건을 샀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사지 않았다.

 언니네 베란다에는 한두 번 쓰고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 여럿 있다. 대부분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이고, 살 때는 정말 요긴하게 쓸 것처럼 여겨졌던 물건들이다. 식구들은 내다버리고,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면 안 된다고 하고, 언니도 그러리라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다. 주로 집에 혼자 있을 때 홈쇼핑을 하게 되는데 ‘한정’된 수량과 곧 ‘마감’할 것이라는 말에 이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살까 말까 망설일 틈을 주지 않고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마음까지 드는데 어떻게 사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에 따른 불편함
 
 당신은 선택지가 많은 것이 좋은가, 아닌가. 옷을 사러 갔을 때 이 가게 저 가게 들어가 입어보고 가격을 비교해 보고 사는지, 아니면 한두 가게 들어가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사는지. 나는 후자다. 이것 저것 비교하는 것은 귀찮고 피곤한 일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이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족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권한과 그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 사이에 정적 상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과 거주지, 심지어 배우자까지 누군가가 정해줄 때보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때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많을수록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고 느낀다. 과연 그럴까?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보장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경우 오히려 선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선택 과정에서 심리적인 불편감을 경험하고 선택을 포기하기도 하는 ‘선택의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나머지 대안들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충분하고 합리적인 고려를 해야 하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피로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더 좋은 대안을 찾았을 때에는 후회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선택은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것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데 선택에 이러한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선택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당장 오늘 점심 메뉴부터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테니.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신 ‘선택이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버리는 것’은 아닐는지. 여러 메뉴 중에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알면 ‘뭐 먹지’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최고의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제나 최고의 선택을 원할 것이고, 자신의 선택이 최고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끊임없이 선택하지 않은 모든 대안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결국은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선택하면 할수록 만족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반면 자신의 선택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선택의 순간과 상황에서 ‘최선’이었다고 여긴다면 후회보다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최고’의 선택을 할지 ‘최선’의 선택을 할지를 고르기만 하면…된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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