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와 함께 5·18국립묘지에 다녀왔다. 묘역을 걷던 친구가 그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 이야기를 했다. 대필했던 작가가 나와 법원이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삭제하거나 수정 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더란다. 북한군이 내려와 시민들과 함께 폭동을 일으켰고, 헬기에서 사격을 하지 않았는데 ‘광주가 왜 내 책임이냐’며 억울해 하더란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출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했단다. 뉴스를 듣는 내내 친구는 어떻게 동시대를 살고 있는데 ‘허위 사실이 아니다’며 우겨대는지 울화가 치밀었단다. 전직 대통령인 그는 아마도 양심도 없고 수치심이나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명백히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이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으로 용서를 구한다. 반면 자신의 잘못은 부인하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들을 대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80년 당시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이후 경제의 기초를 쌓고 민주 사회로 이행을 위한 과도기에 최선을 다해 국가를 운영했다며 자신의 행동을 국가나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잘못한 것은 없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믿음이 없다면 객관적인 증거와 증언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믿음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믿음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 ‘사태’나 ‘폭동’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80년 5월에 북한군이 개입되어 폭동이 일어났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러 객관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신들의 믿음을 계속 유지할까. 지적 수준이나 이해할 능력이 안 돼서 일까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들은 아예 무시해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들이 여러 갈 길이 있지만 한 길을 고집하는 경우, 그 길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때 큰 부조화를 느낄 수 있고 심리적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잊을 만하면 나오는 지구 종말론. 지구 종말에 대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정리하고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했지만 정작 지구 종말이 온다는 날들은 별일 없이 지나간다. 당연히 이들은 큰 상심을 느낄 것이고 자신의 믿음과 현실사이의 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행위를 할 것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후회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언젠가 정말로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을 더욱 확신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 즉, 어떤 이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버리지 않고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던 어떤 것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믿음을 충실하게 따르려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은 심리내적으로 ‘부조화’ 보다는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로 배치되는 두 가지(자신의 믿음 VS 자신의 믿음에 배치되는 현상)를 수정하거나 없앰으로써 가능하다. 먼저 자신의 믿음을 손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믿음이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스스로 했을 경우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한다. 예를 들면 ‘거짓말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때로는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다’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믿음에 배치되는 현상을 접하게 되면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므로 자신의 믿음에 배치되는 증거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더욱이 자신의 믿음에 유리한 증거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증거는 받아들이지 않는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한다면 잘못된 신념을 더욱 맹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없고 세상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가해자들의 무책임하고 뻔뻔한 말들을 들어야 할까.

 만일 당신이 믿고 있는 어떤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애써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용감하게 맞서볼 것인가?
조현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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