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비합리적 믿음’

▲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를 뜻하는 징크스. 비합리적이지만 스스로를 합리화시켜 돌게 만드는 신박한 재주가 있다.
 월드컵 시즌이다. 지난 주 세계 1위인 독일을 이긴 축구경기가 있던 날, 나는 티비를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응원하면 한국 팀이 꼭 지기’때문에 경기가 열릴 때 마다 경기를 보지 않는다. 나만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선수들은 중요 경기에 양말을 오른발, 왼발 순서로 신어야 우승한다고 믿고 있고, 특정한 색상의 속옷을 착용한다는 선수도 있다. 심지어는 월드컵에서는 전년 대회 우승국이 탈락한다는 우승국 징크스가 있고, 2002년 FIFA 랭킹 57위였던 우리나가 4강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개최국 징크스도 있다.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 징크스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일상에서는 또 어떤가. 시험 보는 날에 머리를 안 감으면 점수가 잘 나온다거나, 어떤 특정한 물건은 나에게 행운을 가져온다고 여기기도 하고,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온 가게에서 로또를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 대박 나는 가게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시험 점수와 머리를 안 감는 행동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어떤 미신적인(?) 행동이 원하는 것이나 행운을 불러 올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인과관계도 없고, 상관도 없으며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까. 게다가 한번 형성하게 되면 쉽게 없어지지도 않는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만 이러한 행동, 징크스를 갖는 것이 아니란다. 개, 고양이, 비둘기 등 동물들도 미신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단다. 심리학자인 스키너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는데 비둘기가 ‘우연히’ 했던 행동 ‘뒤에’ 먹이를 주는 것을 계속해서 유지하게 되면, 비둘기는 먹이와 우연한 행동을 연관 짓게 하고 그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우연히 제자리를 한 바퀴 빙 돌고 났더니 먹이가 주어지고, 다시 또 우연히 제자리를 한 바퀴 돌았더니 먹이가 계속 주어진다면 비둘기는 언젠가 먹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게(징크스) 된다. 그러니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미처 머리를 감지 못하고 가서 시험을 봤는데 평소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다음 시험에도 열심히 공부하다가 또 머리를 감지 못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열심히 공부하고 늦게 일어나 시간없어서) 머리를 감지 않는 것과 좋은 성적은 상관관계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유지하는 것일까? 만일 당신이 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 하는데 누군가가 ‘이별노래를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며, 다음부터는 이별 노래는 듣지 말 것 권유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해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듣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별 노래를 계속해서 듣다가 헤어지면 왜인지 노래 때문인(큰 손해)것 같지만, 노래를 안 듣는고 헤어지면 그나마 이 정도까지 와서 이별한 것은 노래를 안 들었기 때문이라 여길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해서 손해 볼게 없다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경향이다. 또 어떤 학자는 징크스를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비합리적 믿음’으로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어부나 고압전신주 수리공 등과 같이 직업적 위험이 큰 경우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가부장적 문화 의식이나 금기가 발달한 경우 일수록 마술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고압 전신주에서 일하는 사람은 사소한 실수도 생명과 연관되기 때문에 특정 행동을 하거나(양말은 왼발부터 신고) 피함으로써(새 셔츠를 입지 않는다) 있을 수도 있는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개발한다. 사람들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그리고 무력감을 느끼는 환경에서 쉽게 우울감을 느끼고 불행해 진다. 하지만 만일 자신이 이를 통제 할 수 있고 조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어쩌겠는가? 어떤 상관도 없고 비합리적이지만 작고 사소하지만 특정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지인에게 징크스는 뭐냐고 물었는데, 데이트하려고 잔뜩 준비하면 그날은 싸우거나 망치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치면 점수가 나빠서 100% 노력을 안 하고 80%정도만 애쓴다고 했다. 나에게도 80정도의 에너지만 쓰며 일을 하고, 뭔가 잔뜩 기대하면 실망하곤 했던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자꾸 ‘해도 안된다’거나 ‘기대는 실망이다’는 자기 합리화의 함정에 빠져들거나 고개를 젓는 자가 되어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 돌고 돌게 만드는 신박한 재주, 징크스가 있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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