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새 해가 오기 전에 만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휴가를 쓰고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내년부터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정규직까지는 너무나 긴 여정이 될 것같아 적당한 자리가 있다면 광주를 떠나는 것을 고려중이란다. 영어 공부를 하고 새로운 과목을 연구하며 전문가 수련까지 고려한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아무런 목표나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한 해를 보냈다. 그렇다면 올해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늘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를 정하곤 했던 것 같다. 작년은 무계획이었고, 2년 전에는 원하는 학회의 전문가가 되고 배낭여행을 희망했었으며, 3년 전에는 프리랜서가 지겨워져 어딘가 입사하기를 그리고 트레이너에게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워 근육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 목표들은 다 이뤄졌을까. 물론 아니다. 작년의 무계획은 몇 년 동안 열심히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보여서다. 대신 성급하게 년 초에 결정하기보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또 그 때 그 때 자신에게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합리화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번번이 계획에 실패할까.
 
▲ 그런데 왜 번번이 계획에 실패할까?

 어떤 사람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에 도달하고 도달하지 못하는 걸까.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며 생각만 많아 행동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상황이 시기가 맞지 않아서,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일까. 모두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자기 패배적인 진술이 무계획을 조장한 것이 아닐까.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 ‘자기 통제력’이 부족해서라고 여기는지 모른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말미암아 시도조차 하지 않는 학습된 무기력 말이다. 내 삶은 나의 통제 하에 없다고 느끼는 지도 모른다.

 이처럼 개인이 사건을 통제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제력’은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때 중요하고, 행복이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통제력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에 따라 실패와 성공을 가를 수도 있다. 통제력이 자신의 내부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를 자신의 영향권 밖에 있는 것으로 책임을 돌리지 않고 자신의 능력이나 잘못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띤다. 예를 들면 성적이 잘 나왔을 때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고 성공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라고 여기고 ‘자신의 힘’을 믿는다. 반면 통제력이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나 상황, 운(재수)과 같이 통제할 수 외적인 힘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내 ‘통제력’은 내부인가, 외부인가?

 더욱이 목표 설정을 할 때 통제력이 내부에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하는 반면 외부에 있다고 믿는 사람은 부모와 같은 다른 사람의 바람,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서 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서 계획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또 공부하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공부해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 될지,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될지는 모두 스스로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제력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인정과 관심을 받고 자랐느냐, 아니면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거나 무관심 했거나 비난을 당했느냐에 따라 그 소재가 달라진다. 또한 칭찬을 할 때도 그의 노력이나 능력에 대해서 하느냐 아니면 운이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쓰고 보니 연속된 계획의 실패는 나의 진심을 모르고, 남들이 하니까 의례적인 것들을 선정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될 줄 알았던 것 때문이었다. 스스로가 진실로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요즘이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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