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비교·저울질 대상 ‘다른 사람’

 그녀는 여행을 가면 사진 찍느라 바쁘다. 주변 경치를 둘러볼 때 사진이 가장 잘 나올 곳인지부터 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셔터를 누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확인 한 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 그녀와 외식을 하는 경우 음식이 나오면 그녀의 사진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 기다리는 나의 기분은 먹으라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강아지’ 같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면 밤새 사진을 정리하고, 고르고 골라 자신의 SNS 계정에 사진을 올린 후 비로소 ‘행복해’ 진단다.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행복해진다니….

 최근 모 방송국 메인 뉴스 진행자가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주변사람들의 신고로 덜미를 잡힌 일이 있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한 그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대체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에 대한 범죄심리학자의 대답은 처벌수위가 낮아서 그렇고, 그의 심리 기저에는 억압된 성적 욕구나 충동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본다. 고위층이나 지도층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고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혹은 술을 먹어서 충동 조절에 실패해서. 그렇지만 이렇게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비단 술을 먹어서, 혹은 높고 엄격한 윤리의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있을까.

 우리는 왜 훔쳐보는 걸까? 타고났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사냥하던 조상들에게 ‘매복’은 중요한 식량 획득 수단이었다. 사냥감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숨어서 사냥감을 관찰하는 습관이 지금까지도 있어서. 학습의 관점에서는 훔쳐보는 일은 처벌도 약하고 재범 율은 높은 잘 고쳐지지 않는 것이라서. 무의식적 관점에서는 충동을 억압하거나 조절에 실패해서 이러한 엿보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훔쳐보는 것’에 관대한 측면도 있다. 옛날 옛적 이야기에는 남의 첫날밤을 훔쳐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고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누구는 그러는데 당신은’이란 말은 은근히 남 엿보는 것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알게 모르게 ‘엿보기’는 일상적인 것이었나 보다.

 반대로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 관심 받기를 좋아하는 ‘관종’(관심 종자의 줄임말)이라서 그런가. 자랑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좋아요’가 ‘좋은’ 것이 되게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분명 누가 봐도 ‘부럽고 좋은 것’들 이니까. 멋진 여행지나 비싼 물건,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나 새로 구입한 물건들처럼.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하면 조금 더 우쭐한 기분을 들게 하고 행복해 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기만족’을 했다면 굳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평가 혹은 인정)이 필요할까.

 이렇듯 남의 삶을 (몰래 혹은 그냥)들여다보거나, 자기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경우 모두 불행해질 확률이 더 높다. 남이 모르게 가만히 훔쳐보는 일은 당장의 욕구는 해소될지 모르지만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범죄가 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될 때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성적 장애(disorder)이다. 또한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삶을 부러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다가 자기 삶의 만족도가 낮아져서 결국 나만 불행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보여주기는 보여줄게 없거나 다른 사람의 반응이 적거나 없을 때 급격히 불안해지고 우울해 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인정에 기대어서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에 이르기 힘들다.

 다른 사람을 훔쳐본다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의 교집합은 ‘다른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저울질하기 위해 보여주기도 하고 엿보는 것은 아닐지.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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