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조국 장관의 사퇴 이후 다시금 정치역동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조국 장관의 사퇴는 조국 장관의 임명과 윤석렬 검창총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시민들에게 패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일부 정치인과 평론가, 지지자들은 조국 장관의 사퇴가 오히려 정치적 측면에서 득이 된다거나, 기나긴 정치발전의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지만, 이러한 위안은 그만큼 좌절감과 상처가 크다는 반증일 뿐이다.

 조국 장관의 사퇴는 촛불로 이룩한 정치변화가 큰 장애물을 만나면서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회가 보다 공평하고 민주화된 모습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무너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충분히 슬퍼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시민이 경험하는 좌절감은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좌절감, 쓰라림, 절망감은 곰씹으며 삭힐 필요가 있다.

이번의 좌절이 가져오는 의미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러한 감정을 떨쳐 내거나, 잊어버리거나, 부정하지 말고 오히려 반복해서 들여다봐야한다.
 
▲촛불로 이룩한 정치 변화의 변곡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은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힘들을 이기지 못했다.

여전히 박근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세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정치에 개입한 검찰, 시민들의 정서와 욕구의 방향성을 조작한 언론, 국익과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과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시민들이 이겼다.

이른바 촛불혁명이라는 비폭력 시민운동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시민들의 일상의 관심과 지지로는 역사를 거르는 힘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좌절과 실패는 시민들의 정치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에 기인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시민들은 언론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 과거로의 회귀소망을 인식하지 못했다.

자칭 진보언론이라고 평가하던 한겨레, 경향신문마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보수 정치인을 비롯한 보수 정치세력의 주장보다 더 큰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한겨레와 경향이 그다지 두 정권에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에 두 진보언론의 논조는 이상적 도덕관에 기대어 노무현 대통령을 보수 언론 이상으로 공격하였다.

제3의 객관적 시각이라는 자만에 빠져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변화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보 세력마저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자신의 도덕성이 얼마나 지고지순한지 인정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도덕적, 지적 우월감은 일종의 콤플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은 국민들의 정치적 운동에 방관자이자 방해자일 뿐이었으며, 냉정한 관찰자였으며, 반역사적 세력의 동조자일 뿐이다. 그들은 고매한 철학자도 사상자가 언론가도 아니다. 단지 자만에 빠진 또 다른 권력자일 뿐이다.
 
▲언론-권력-종교 카르텔 재확인
 
 검찰이 한국 정치에 주는 영향력은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이후 약해진 듯 보였다.

2016년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사건, 김학의 검사장의 성접대 사건 등이 밝혀졌을 때는 일부 검사들의 일탈로 보았지만, 이인규 중수부장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논두렁 시계’사건에 대한 조작 의혹, 윤석렬 검찰총장의 조국 전 장관의 가족들에 대한 수사 등을 지켜보면서 검찰이 단순히 형사적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방향성을 재편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국회의원 중 검사 및 판사 출신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공수처 설치와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를 반대했다는 사실로도 검찰조직의 조직유지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조국 장관의 사퇴로 시민들은 보수정치세력, 언론과 권력, 종교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력한지, 시민들의 조직이 얼마나 열악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무력감이 단순히 절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과거 수많은 독재집단에 맞서 창조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정상으로 되돌려왔던 국민들의 힘을 믿는다. 그들은 가깝게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권력독점과 부정부패에 무감각한 정치세력이 다시는 그들의 부끄러운 얼굴을 내밀지 않도록 큰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발달했음을 믿는다. 청명한 가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오염은 청산되어야겠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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