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삽 한자루’가 국정원, 광주시, 5·18기념센터, 5·18기념재단까지 줄줄이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대통령 얼굴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작품 철거를 종용했고 하루 동안 전시장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얼핏 유치해보이기까지 한 이 사건을 보면서 ‘무엇’을 본 것도 같았다. 말하자면 예전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었던 여러 고문치사 사건을 거쳐서, 해고된 사람은 있는데 해고한 사람은 없는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제는 어느 누구도 강요한 사람이 없는데 시나리오대로 척척 진행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각이다.

 사실 문제가 된 김병택 씨의 ‘삽질공화국’ 작품의 철거 요구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다면 정신나간 요구다. 말 그대로 쓸데없는 ‘삽질’인 셈이다. 철거요구를 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철거요구 자체가 불법적이다. 그런데 이 ‘삽질’이 통했다. 우리는 확실히 ‘삽질공화국’에서 살고 있음이다. 삽질은 더욱 정교하고 세련돼졌다.

 작가들을 직접 대면하고 작품 철거를 종용한 이는 정작 국가기관의 얼굴도 관의 얼굴도 아니었다. 5월정신계승에 뜻을 같이해야 하는 어쩌면 ‘동지’일 수도 있는 5·18기념문화재단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작품이 공공성있는 장소에 전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재단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작가들은 절망했다.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해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사실상 하루 동안 전시관 폐쇄에 무기력했다. 작가들은 앞으로의 전시기회와 공간을 빼앗길 수 있음을 염두에 뒀다. 재단 또한 돈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였다. 손 안대고 코푼 이들은 따로 있었다. 삽질이 거듭되면 학습효과 또한 생겨난다. 비슷한 일이 있었다. 광주시와 5·18기념문화센터는 지난 2007년 광주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놀이패 신명의 ‘도깨비 난장’의 공연날 공연장 문을 걸어 잠궜다. 그 이후로 이어진 지원금 반환 조처와 여러 방해 조치들에 맞서 싸웠던 신명의 겨울은 혹독했음을 안다. 그런데 모두 ‘무사해’ 보이는 지금, 더욱더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은 예감은 무엇때문일까.

황해윤 <생활부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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