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재인이 뽑으면 오장육부도 없는 것”

“메뚜기 마빡만한 나라에서 뭐 동·서라고 해서 갈라집니까?” 지난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광주를 방문하기 전 박 후보 측 김경재 전 국회의원(현 새누리당 선대위 기획담당특보)가 무대 위에 올랐다.
‘메뚜기 마빡만한 나라’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치인이라는 격을 과감히 던져버린 듯 한 그의 발언에 귀가 솔깃했다. 과거 ‘DJ맨’으로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이의 박근혜 찬양굚 변신은 놀라웠다.
김 특보가 트럭 위에 오르기 전 사회자가 말했다. “선거법 상 특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격 없이 발언을 내뱉던 김 특보에겐 선거법도 안중에 없었다.
“우리가 노 모씨, 노무현을 지지해서 대통령 만들어 줬더니 그가 호남과 전라도에 해준 게 뭐 있습니까?. 또, 노무현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이란 사람은 그 정치적 과오와 실언에 대해 한 마디 충언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문재인도 부산에 가서 호남이 표 많이 찍어서 이겼지만 사실 부산 정권 아니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또 여기서 표 얻으면 우리를 오장육부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아니겠습니까?”
‘노무현·문재인’에서 화살은 ‘문재인·안철수’로 넘어갔다.
“지금 안 아무개와 문 아무개가 공동정권 만든다고 하는 거 보니까, 경남고·부산고 공동 정권 만들려는 것 같은데, 광주와 전라도에선 아무 소용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까? 지금 부산·경남이 다 야권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를 어디서 복구하겠습니까? 호남에서 해야 합니다. 김대중을 사랑했던 광주의 사람들이 문재인, 안 아무개에게 표를 찍으면 민주주의에 대한 역적이고, 정의 배반입니다. 정신 바짝차려야 되지 않겠습니가?”
다음 화두는 후보 단일화. 비유를 통한 김 특보의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 후보 단일화다고 뭘 하는데, 이게 철수와 영희가 아니라 철수와 재인이. 철수와 재인이 단일화죠. 이 철수와 재인이 단일화는 꼭 어린 애들 가위바위보하는 것입니다. 우리 호남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노무현이 줘버리고, 김대중이 줘버리고. 김대중은 이해하는데 ‘문재인이냐 안철수냐’이러고 있습니다. 아직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예요. 이런 애매모호한 사람들에게 정권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광주를 위해서 이번만큼은 박근혜를 뽑아야죠.”
이런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를 지켜보던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새누리당 광주시당 측에 제재에 들어가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촬영한 동영상을 검토해보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한 김 특보는 지역 감정을 부추겼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후보 측이 김 특보를 영입한 이유는 ‘동·서 화합’이었다.
정치판 우습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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