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잃어버렸다. 밤 샘 술판의 뒤끝이었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여간 불편하다. 한 때 내 소박한 꿈은 손전화가 필요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것이었다. 오늘 보니, 힘들 것 같다. 짐작 가는 곳이 있는데, 전화기를 찾으러 가야 할까? 내내 망설이다 이틀째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헛걸음이 되더라도 가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2G폰을 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스마트폰의 그 복잡한 기능을 배워야 하는 게 너무 머리 아프다.

 2G폰을 사용하는 게 신기하거나 이상한 일일까? 방송인 김구라가 2G폰을 사용하는 게 화제다. 종편채널 JTBC ‘썰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김구라가 그랬다. “아직 2G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사실 중요한 건 2G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러는 이유겠다.

 김구라의 이유 제시는 이러했다. “예전에는 연예계 및 정치, 사회 등 여론의 흐름이나 동향 같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자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에 집착하지 않고 대신 책을 읽으려 한다. 실제로 난 아직도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을 사용하고 있다.” 내 알기로 이 사람은 이름만 ‘구라’일 뿐, 이런 일로 ‘구라’ 잘 안 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은 게 언제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심각한 직무유기다. 반성해야겠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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