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유기화합물’이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안다. 근데 사는 동안 빈손임을 알고 있는 순간은 또 얼마나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시작과 끝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시작과 끝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는 것, 어쩌면 사람은 지구의 기생충일지도 모른다.

 이 스님, 좀 부럽다. 승복은 30년 동안 반복해서 꿰매 입어 누더기다. 그래서 ‘누더기스님’이다. 청빈함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휴대전화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고,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고, 자가용도 없다. 재산이라고는 아주 오래 전에 산 오토바이 한 대가 전부다. 그 스님이 동국대에 6억 원을 기부했다. 그것도 동국대도 모르게 그냥 계좌이체를 했다. 부산 영일암 주지 현응 스님이다.

 40대 후반에 출가해서 모은 자신의 전부였다. 스님이 무슨 돈이 필요할까 싶지만 알 사람은 안다. 모든 스님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스님의 나이 올해 75세다. 그 스님 말했다. “빈손으로 출가해 소유한 재물은 신도의 도움으로 이룬 것이다. 속가의 형제들에게 상속하는 것은 모순이고 불합리하므로 사회 환원이 마땅하다.” 기부라는 행위보다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더 무겁다. 세상엔 마땅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 마땅함은 언제나 불합리에 부서진다. 마땅한 것이 마땅한 자리에 있는 세상, 언젠가는 올까?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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