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기아(여기서 기아와 해태는 이음동의어다)는 이쪽 동네가 정치적으로 수난일 때 야구를 잘 한다. 저 엄혹하거나 황당했던 80·90년대야 말할 것도 없고, 2000년대 들어서도 그랬다. 늘 바닥을 헤매다가 기아가 열 번째 우승을 완성했던 그 해, 2009년을 기억한다.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으며 기어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밀실 들쥐가 판을 치던 그 때 우리에게 유일한 위로는 야구였다.

 그리고 다시 2013년, 기아는 계속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9개팀 중에서 단독 1위를 유지한 기간이 지금까지는 가장 길고, 현재도 1위다. 다들 아시다시피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시작이며, 이쪽 동네의 부서진 정치적 열망이 무기력의 형태로 공기를 떠돌고 있는 시간이다. 기아의 선전, 과연 우연일까?

 잡설이 길었다. 형식은 2대2였지만 핵심은 송은범과 김상현이기에 그 둘만 이야기하겠다. 6일 전격적인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송은범이 기아로 왔고, 김상현이 SK로 갔다. 누가 남는 장사인 건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프로야구사에서 유일하게 둘 다 이익인 장사로 남을 기능성도 있다. 불펜이 약한 기아는 송은범으로 마지막 우승 퍼즐을 채웠고, 거포 부재에 시달렸던 SK는 이제야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김상현을 얻었다.

 얄궂은 것은 2009년 기아의 우승 퍼즐을 완성했던 사람이 김상현이라는 것이다. 그를 보내고 기아는 11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왠지 모르게 김상현에게 미안하다. 그의 앞날에 축복 있기를….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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