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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강진 노점상 살인사건의 ‘죄와 벌’
주인 없는 `자리’ 싸움이 부른 비극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6-01-29 06:00:00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섬뜩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처했던 극빈한 시대 상황과 노파에게 품은 앙금을 묘사하는데 많은 지면이 할애된다.

 돈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존감이 박탈당할 경우 어떤 참극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소설의 소재는 살인 행위에서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옮겨간다. 과연,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15일 전남 강진군 마량시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노점상인 김 모 씨가 다른 노점상인 A씨와 다툼을 말리던 농협직원 B씨 등 두 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더 늦기 전에 당시 참극의 현장을 되짚어 보려한다. 소설은 아니지만, 그가 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누구도 질문한 적이 없어서다.

 공구 노점상인 김모 씨는 여느 날처럼 5일장을 찾았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늘 좌판을 펴던 자리에 다른 노점상인이 선점해 있었던 것. 김 씨는 명당으로 꼽히는 그 자리에서 지난 1년 간 영업해왔다. 김 씨가 그 노점상인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자리를 허락한 이는 10m 거리를 두고 있던 맞은편 찐빵 노점상인 A 씨였다.

 결국 마주보며 장사해 온 김 씨와 A 씨는 큰 다툼을 벌인다. 거기에서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이틀 뒤, 배달을 가던 김 씨가 다시 A 씨를 만나면서 같은 문제로 싸움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엔 분노를 이기지 못한 김 씨가 배달하던 공구로 A 씨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어 김 씨는 싸움을 말렸던 농협 직원 B 씨를 쫓아가 살해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의 전말을 요약해보면, 김 씨는 자신의 자리를 다른 노점상인에 허락한 A 씨에게 분노가 폭발해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다는 이유로 농협직원 B 씨까지 살해했다. 분명 김 씨는 억울하게 죽은 두 생명과 이들의 가족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었고, 이는 형언하기조차 죄스러운 비극이다.

 그런데 사건의 전말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김 씨는 한결 같이 자신의 ‘자리’를 주장한다. 노점 ‘자리’에 대한 소유권 주장이다. 현행법상 도로점용 허가 대상인 구두수선소 등을 제외하고 모든 노점은 불법. 노점이 ‘자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에는 어떤 법적 근거가 없다.

 김 씨의 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1년간 그 자리에서 장사해왔다는 사실뿐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증인이 바로 마주보며 장사해 온 노점상인 A 씨. 그런 A 씨가 김 씨 자리라고 주장하는 장소에 다른 노점상인이 좌판을 펴도록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다른 노점상인에게 “누구의 허락을 받고 여기서 장사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씨 자신이 좌판을 펴던 자리에 대해서 확고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다음날까지 이어진 다툼에서 김 씨는 A 씨에게 “내 자리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서도 ‘내 자리’라는 말을 한다. A 씨가 “어떻게 그곳이 당신 자리냐”고 응수하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이 터졌다.

 극단적인 상황까진 아니더라도 김 씨와 A 씨 사이에 벌어진 다툼은 이미 기자에게도 익숙한 광경이다. 노점상과 노점상 간, 노점상과 단속반 간, 노점상과 시민 간, 노점상과 상점 간에 ‘자리’ 싸움은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자리를 허가받지 못한 노점상이 항상 그 다툼의 주체다. 도로의 무법자로 여겨지며 단속 대상일 뿐 현재 광주 역시 노점에게 정식 자리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김 씨의 분노를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김 씨가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 그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은 기록하고 싶었다. 허가 받고 정당한 점용료를 낸 노점이라면, 다른 노점상에게 화풀이를 할 이유가 있을까? ‘자리’를 허하는 일, 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길인지 모른다.  

김우리 기자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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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트래백 0
 
이생망 [x] (2016-01-31 11:38:26)
상설시장도아니고 5일마다 돈몇푼벌자고 펼치는 노점상들인가본데 분란이라니..
찐빵파는 아줌마는 뭔 오지랖으로 엄한 사람한테 장사하라고 이래라저래라 했나.
셋 모두 52살이고 정의로운 농협직원은 의인 선정되기 바라며 호신총 필요하다.
암묵적으로 권리, 기득권, 생존권이 존재하는게 도시나 시골장터의 룰 아닌가?
무튼, 천민끼리 싸우지말고 화해하여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목숨만은 건졌을텐데..
광양촌놈 [x] (2016-01-30 18:35:52)
손학규 칩거한 강진이 남도답사 1번지, 감성여행 1번지라?
오감통이나 마량놀토수산시장 가볼라고 했드만 왠지 안내키니
차라리 장흥정남진토요시장 가서 식감 좋은 장흥삼합 취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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