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전남대학교 용지관 리모델링 공사 중 건설노동자 한 명이 추락사했다. 건설 현장에는 안전모나 그물망 같은 안전장치는 전혀 없었다. 300kg이 적정용량인 크레인에 2t이 넘는 폐콘크리트를 싣다 일어난 사고였다.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전남대학교로부터 입찰을 받은 시공사는 정식 하도급 계약도 맺지 않은 채 공사를 재 하도급 하는 불법하도급을 한 상태였다. 오전 중에 수톤에 이르는 폐 콘크리트를 모두 처리하라는 무리한 작업 지시도 있었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았던 어느 봄날, 31살, 젊은 노동자는 그렇게 죽었다.



발주처는 법적 책임이 없고…

 전남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인 ‘전남대학교 대나무숲’에 사고 소식이 올라오자 많은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눌리고 추모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매일 지나쳤던 거리에서, 매일 드나들었던 건물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대한 유감의 표시들이었다.

 그 관심이 사건의 진상조사 및 해결의 과정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건설노조의 기자회견이 3월 31일 광주법원 앞에서 있었지만 기사는 1~2개 난 게 전부였다. 매년 10만 명 정도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그 중 1000명 정도가 사망하는 나라에서 안전장비 미비로, 무리한 작업지시로, 31살 젊은 노동자의 죽음은 슬프게도 너무나 평범한 일이었다. 비정규직일수록, 하청 노동자일수록, 재하청 노동자일수록 그 죽음은 더욱 평범한 죽음이다.

 건설노조는 발주처인 전남대의 책임을 물으며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었다. “왜 책임도 없는 전남대에 와서 집회를 하냐?” “왜 시공사도 아닌 발주처인 전남대가 책임을 물어야 하냐?” 실제로 현행법 상 건설 발주처의 책임은 거의 없다. 현행 법상으로는 발주처까지 가지 않더라도 원청 책임을 묻는 것조차 힘들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하도급 시스템을 돌리는 한국의 산업현장에서는 누가 안전관리의 책임자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안전기준은 지켜지지 않으며, 하도급 업체들 사이의 최저가 입찰경쟁으로 인해 노동자 개인의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최후까지 밀려난다. 3시간에 한 명씩 일하다 사람이 죽고, 5분에 한 명씩 일하다 사람이 병들 거나 다치고 있다. 그러나 일개 하도급 업체들은 책임질 여력이 없어서, 원청 업체는 책임 소재가 미비해서, 발주처는 법적 책임이 없어서, 산업재해는 유야무야 처리되고 있다.



공사로 이득을 보는 자가 책임져야

 온갖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하청에 재하청을 주며 공사를 할 경우에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 당연 발주처와 원청이지, 병들고, 다치고, 죽어간 노동자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원청에서 파손된 기계를 배상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발주처도 원청도 속 시원하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애석한 결말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발주처와 원청 즉 책임의 뿌리에 가까운 곳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발주처와 원청에 대한 책임소재 강화 없이는 산업재해 문제는 해결도 예방도 어렵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 산업재해 관해 기업의 강력한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도 제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산업현장에서의 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전남대 용지관 리모델링 공사 중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노동자분의 명복을 빈다.

전남대 학생행진 단비(mussei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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