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이주민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유니버설문화원이 오는 5일 북동성당 지하식당에서 하루 밥집을 연다고 한다.

 유니버설문화원은 인도 출신 귀화 한국인 바수무쿨씨가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 광주지역 이주노동자·난민·이주여성·아시아 유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왔다.

 이주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당하는 체불 등 부당노동행위 해결,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는 언어 봉사, 빈곤과 가난에 시달리는 이주여성 가정에 필요한 생필품 제공….

 8년여 전 쯤 바수무쿨씨를 만났다. 북구 풍향동에 바수무쿨문화원을 개원했던 당시다. 요가 수행자로 전 세계 40여 개 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고, 7개국어에 능통한 그가 광주에 정착한 배경이 궁금했다.

 1992년 서울대서 종교학을 공부한 게 한국과의 인연이었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언어를 학습했지만 한글이 가장 쉬웠다”는 그는 “혹시 자기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건 아닐까? 신기했을” 정도였단다.

 인연이 광주로 이어진 건 다음인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구체화하던 2007년 남도의 한 도시 빛고을에 관심이 쏠렸다. “아시아문화전당에 인도를 담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발동했고, 곧장 광주로 내려왔다.

 그렇게 그는 세상 어느 나라보다 애착이 컸던 한국인과 결혼했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광주 거주 이주민·유학생들 버팀목

 애정에 바탕을 두고, 그는 한국 사회에 몇 가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하나가 이것이다. “외국인을 사랑으로 대하고 있습니까?”

 수년 전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한국 건설회사 직원들이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가 해석해준 이 사건의 정황은 충격이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했다는 건데,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방글라데시인이 손을 절단당했음에도 보상 한 푼 못받고 본국으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는데, 이게 그 나라 국민에게 한국에 대한 분노를 증폭시켰다는 해석이었다.

 광주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유학생이 남긴 얘기도 충격적이었다. 언젠가 다시 아시아에 올 일이 있어도 한국 땅엔 절대 발을 딛지 않겠다고 했다는….

 “아직도 한국, 광주에서 이주노동자·이주여성들은 한국 사람과 평등하지 못하다. 피부가 검은 사람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부정적으로 본다”는 게 바수무쿨의 지적이다.

 그 역시 피부색이 다른 인종으로 한국에서 받았던 멸시와 차별이 사무쳤다는 건데, 서구권이 아닌 저개발국가나 아시아권 사람들에 대한 폄하·왜곡된 시각을 고치지 않고는 ‘인권도시’를 표방할 자격이 없음을 꼬집어왔다.

 문제는 이같은 차별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데 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와 광주·전남 소재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임금 체불·구타 등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이주노동자들 사연은 본보가 보도한 것만도 한두 사례가 아니다.

 “아시아권 학생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들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단지 피부색이 짙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고, 한국에 온 많은 이주노동자는 임금 체불과 폭언·폭행에 시달리고 있고, 이주여성 중 적지 않은 수가 가정폭력·문화적 차이에 의한 차별과 소외로 힘들다”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광주에 살면서 이와 같은 차별과 폭력으로 피해당하고 하소연하는 이주민을 보살펴온 사람 중 한 명이 바수무쿨씨고, 유니버설문화원이었다. 정부나 광주시가 돌보지 못한 이주민·유학생들 고충을 해결해온 민간 외교에 다름아니었다, 이같이 공적인 역할을 바수무쿨 개인이 감당해온 세월이 10여년이다.



5일 북동성당서 지지·격려 보내주길…

 이젠 광주가 응답할 차례다. 유니버설문화원이 기획한 하루밥집은 걸어온 길에 대한 격려, “지금껏 해왔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겠다” 가야 할 길에 대한 지지의 의미가 함께 하는 자리다.

 5일(토) 북동성당 지하식당이 그 현장이다. 밥집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된다.

 추어탕·파전 등 한국 음식은 물론 치킨커리와 난, 파인패플 볶음밥 등 아시아 각국의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티켓은 1만 원. 문의: 010-2001-5326. 광주은행 066-107-311890(유니버설문화원).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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