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조선이 볼만해졌다는 이를 만났다. 이명박 정권이 여론 조작, 방송 장악을 위해 출범시킨 종편의 불온한 실체를 알기에 애써 피해왔던 이의 반응이어서 놀라웠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혜실게이트)로 불리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을 앞장서서 파헤치고 있는 모습에 혹한 모양이다. 심지어 “MB가 종편을 만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미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혜실게이트’는 관심조차 두지 않던 KBS·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배신감이 종편에 대한 애정으로 전이된 셈이다.

 지금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혜실게이트’는 TV조선·JTBC 등 종편과 한겨레라는 진보언론의 경쟁적인 취재·보도가 파문 확산에 일조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TV조선은 7월26일 ‘미르재단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에서 5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았는데,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모금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TV조선·한겨레·JTBC의 콜라보, 최고권력을 무너뜨렸다’는 기사(미디어오늘 10월26일자)의 한 대목이다.

 ‘한겨레 기자, TV조선 덕분에 최순실 특종 가능했다’는 기사(미디어오늘 10월10일자) 역시 종편과 진보언론간 뜻밖의 콜라보레이션을 증언하고 있다.



‘혜실게이트’, 뜻하지 않았던 콜라보

 그렇다면 이런 협업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는 보수언론 조선일보가 보수 정권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는 배경을 살펴야 전망이 가능하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전횡을 내버려 뒀다간 차기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기 4년 차인데 정부와 검찰 등 사정·권력기관은 여전히 박 대통령, 그와 한통속인 새누리당 친박계의 손 안에 잡혀 있다.” ‘조선일보의 박근혜 저격,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고뉴스) 중.

 하지만 조선일보가 보기에 민심은 이미 박 정권에서 떠난 상태. 지금은 박 대통령의 힘을 빼고 차기 주자를 띄워야 한다는 게 보수언론의 전략이다.

 “대통령 하야를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서 주장하는가. 책임질 수 있는가.” ‘야권의 대통령 하야 주장 위험하고 섣부르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11월3일자) 중 일부다. 정리하면 조선일보는 차기 정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이를 위해 박 정권의 실책을 속히 정리하고 새 판을 짜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미 플랜B를 가동했다’는 기사(미디어오늘 10월28일)를 참조할 만 하다.



종편, 숨길 수 없는 보수 재집권 플랜

 요즘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종편, JTBC는 어떨까? “홍석현 회장의 야망이 킹메이커라면 그는 지금 최적의 고도에 오른 셈이다.” ‘홍석현은 JTBC·중앙일보의 날개로 난다’는 미디어오늘 기사(9월17일)의 일부다.

 JTBC·중앙일보의 사주인 홍 회장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은 언론사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개국 5년 만에 각종 신뢰도·영향력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JTBC와 조선일보에 이어 국내 유료부수 2위 중앙일보를 소유하고 있다”는 대목과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홍 회장은 지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JTBC와 중앙일보란 ‘두 날개’로 절묘하게 날고 있다”는 대목에서 힘의 실체가 구체화한다.

 이처럼 막강한 홍 회장의 관심사 역시 ‘미래 권력’이다. “‘킹’이라기 보단 ‘킹메이커’쪽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보수 언론의 ‘혜실게이트’ 맹폭은 ‘박근혜 이후’ 주도권 장악을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종착점은 변함없이, 보수 정권 재창출이다. 최근 TV조선 보도에 대한 유대감을 언급한 이에게 “허망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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