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화두는 단연 ‘촛불’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촛불’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은 형국이다. 이쯤 되면 “이게 다 최순실 때문이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실로 느껴질 정도다. 광주에서, 전국에서 사상 최다 인파가 몰리던 제 4차 촛불집회 날, 취재를 앞두고 정읍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읍의 ㅈ자도 모르고 떠난 묻지마 여행에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눈에 들어왔고 곧바로 Go.

 동학농민운동(정읍의 표현으로 동학농민혁명). 나이 지긋하신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자마자 ‘촛불’이 떠올랐다. 해설사는 “동학, 그때도 참다참다 못한 농민들이 호롱불 하나씩 들고 살아보것다고 여기로 나왔당께요. 지금 촛불을 보믄 영락없이 그짝이여, 나라가 어지러울 때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이요”라고 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예나 지금이나 민초들의 삶이란…. 그때 착취받던 호남 농민들의 모습은 지금 현재 촛불을 든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굶주린 자는 헐벗고, 이를 착취하는 권력은 뜨듯한 기름진 배를 탁탁 두드리며 보란 듯이 트림을 하고 있지 않느냐 말이다.



촛불의 중심에서 동학을 떠올리다

 동학, 농민들은 결국 전주성을 함락하고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기에 이른다. 혁명의 성과는 화해조약(전주화약)을 통해 ‘집강소’로 발현됐다. 각 고을 관아마다 농민들로 이뤄진 집강소라는 독립기구를 두고 치안유지 등 대민행정을 맡게 했다. 중앙에서 파견된 수령은 허울 뿐, 사실상 농민들의 정치가 시작돼 한반도에 첫 ‘지방자치’를 시작된 것. 그야말로 왕정에 맞서 ‘민초들이 꿈꾸는 세상’ 지방자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다시 현실 ‘촛불’로 돌아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지역 언론으로써 고민해 본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대통령 선거, 그날의 선택 때문에 국민들은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가? 이를 막기 위해선 진정한 분권과 지방자치. 집강소를 다시 떠올린다. 결국 대통령-정부에 모든 권력이 집중돼있는 구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하위기관으로 삼아 지방정부 수장은 끽소리 못하고 교부세를 구걸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광주시민이 시장을 뽑든, 구청장을 뽑든, 결국 중요한 정책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다. 하나마나한 선거를 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구조를 바꿔야 대통령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열심히 뛰었고 고지가 코앞이다

 민주주의란 일순 ‘결과’만이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은 ‘과정’이 중요하다. 대선 과정에서 지역민으로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지방분권이라는 ‘의제’이다. 이 의제를 머리 속에서 콕 박아놓고 어떤 정당, 인물을 만나도 이 의제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실현시킬 수 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거 과정의 우리만의 의미잇는 ‘의제’를 만들어내는 것, 상대 후보 입에서 그 의제가 나오게 하는 것이 지역민들이 대선 국면에서 해야 할 일이다.

 동학농민운동의 호남 농민들이 꿈꿨던 민초들의 삶,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건, 그때 그들이 집강소를 만들어 실현시켰듯, 2017년 우리 촛불민초들도 ‘지방자치’, ‘지방분권’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농민의 호롱불은 촛불이 됐고, 농민의 낫은 투표권이 됐다. 우린 열심히 뛰었고 고지는 이제 코앞이다.

 잊지 말자, ‘중앙, 서울’이 아니고 ‘지방, 광주’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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