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쏠린 이목이 얼마나 될까 마는, 최근 보도 중 윤장현 광주시장과 관련한 몇 대목은 눈에 띄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호출된 셈이었는데, 명예와 굴욕이 교차한 두 장면이어서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겠다싶다. 요즘 회자하는 말로 의문의 1승, 의문의 1패라고나 할까?

 윤 시장이 거론된 건 탄핵과 조기 대선 가시화라는 비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요즘 ‘대세’인 문재인 후보쪽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에 이름을 올린 것. 의문의 1승이라고 할만한 등장이다. 물론 문재인 캠프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 매일경제신문이 캠프 안팎의 의견을 들어 ‘대선주자 섀도 캐비닛-문재인 편’(2월1일자)을 작성한 것. 이 코너에서 윤 시장은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이해찬 전 총리· 김진표 전 부총리·유시민 전 장관 등이 유력 후보였고, 윤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뒷순위에 자리했다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지난 15일 호남을 찾은 문 전 대표가 “저는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부터 시작해 인사도 확실히 탕평 위주로 해 ‘호남 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지역이 통합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 사실상 ‘호남 총리’를 약속한 상황. 윤 시장으로선 내심 설레였을법한 거명이지 않았을까.



문재인 섀도내각과 안철수의 평가

 불명예스러운 호출도 있다. 호명한 이는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최근 광주전남언론포럼이 주최한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행한 발언인데, 윤 시장의 광주시정에 대한 평가가 내포돼 있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윤 시장을 전략 공천한 장본인. 하지만 이날 안 전 대표는 “윤 시장은 시민운동을 해오신 분으로 여러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장님께서 광주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하셨다면, 참 아쉽다”고 말했다.

 가정법(실패했다면)을 동원했지만, 공천권자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여서 해석이 분분했다. 세간에선 “윤 시장이 ‘동지’로부터 사실상 불신임당한 것”이라는 촌평이 나왔다. 지난해 총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윤 시장이 ‘정치적 뿌리’가 같은 안 전 대표를 따라 나서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함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찌됐든 윤 시장으로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 의문의 1패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아니던가.



야권의 구애에 왜 자괴감이 들까?

 요즘 부쩍 윤 시장의 정치적 발언이 늘었다. ‘더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기 같은 게 느껴진다는 이들도 있다.

 신세계복합쇼핑몰 인허가 논란과 관련해선 “설사 대통령(후보)이라 할지라도 호텔이 ‘된다, 안된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그게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대선 국면,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고 제동 걸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앞서 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때만 되면 광주의 역사적 가치만 외칠 것이 아니라 소외되고 차별받은, 아픈 광주의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었는지 시민들께 보고했어야 한다”며, 광주에서 표를 구걸하는 대통령 후보들을 향해 일갈했다.

 광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자세로 여긴다. 행정 최고 책임자이니 발언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시민 입장에선 자괴감 또한 떨칠 수 없다. ‘텃밭’이라며 야당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온갖 구애를 받는 도시, 그 광주의 리더이지 않은가? 시장이 야권의 대선 레이스에서 주자가 아닌, 관전자로만 머물러 있는 게 성에 차지 않음이다.이 대목 에선 광주시민들 역시 의문의 1패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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