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편한 대선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이명박 정부때부터 이어져온 보수정권이 몰락한 채 맞이한 선거여서일게다. ‘정권 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차기 대통령은 호남(인)의 이해에 부합하는 인물의 선출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90% 이상의 몰표를 주고도 패배를 곱씹었던 호남으로선 분명 가슴 떨리는 선거 판세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5자 가상대결서 1위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43.9%, 2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21%로 옛 야권의 대표 주자 지지율 합이 65%에 이른다. 이어 홍준표 경남지사 11.1%, 심상정 정의당 공동대표 4.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3.85% 순이다. (MBN·매일경제 의뢰 리얼미터, 27일~29일 1525명 대상 여론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전 리얼미터가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호남이 텃밭”이라고 구애하는 민주당(50.4%)과 국민의당(13.7%)의 합계가 60%를 넘는다. (리얼미터 3월20일~24일 실시/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1.9%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통계로 보면 정권 교체는 ‘빼박’이다.



‘정권 교체’ 높은 가능성…야권의 오만

 또 한편, 이렇게 불편한 대선이 없다.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 이전 대선이 호남 대 다른 지역과의 대결이었다면 이번 대선은 ‘호남 대 호남’의 국면이 돼버린 탓이다. 호남 기반 두 야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대박나고,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서 승리를 거둔 건 반문정서 때문이다.”(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호남 국회의원 28명 중 23명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그 정도는 충분히 동원 가능한 숫자일 것이다.” (이춘석 더민주 의원)

 “안철수는 보조타이어.” (문재인 후보측) “문재인은 펑크 난 타이어.”(안철수 후보측)

 경쟁 자체를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경쟁의 내용이 치졸하다는 것이다. 상대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는 이렇게 잘할테니 선택해달라는 게 아니다. 상대가 형편없으니 뽑지 말라는 어거지다. 호남에서 세력이 양분된 상황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천박한 공격은 각각의 지지층에 대한 모독에 다름아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양 당이다. 이같은 행태는 노골적인 ‘갈라치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상대 지지층 포기, 우리 지지층 결속’이라는 일차원적 전략말이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은 특정 정치세력에 몰표를 주고도 늘 패했다. 호남은 자신들의 열망과 어긋난 결과에 늘 절망했지만, 그래도 곁에는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 천지여서 서로 다독이며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고립되었을지언정, 내부적으론 ‘대동’이었던 80년 광주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호남 유권자 갈라치기’ 불편하다

 정치 지형은 변했다. 과거처럼 ‘특정인 몰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선택 가능성이 열린 탓이다. 선택의 수가 여러 개면, 결과에 대한 표정도 여럿일 게다. 환호와 낙담, 감정의 골 만큼 미움과 증오도 커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호남은 이미 세대간 골이 깊어져 부모와 자식 세대간 정치적 불화가 심상치 않다. 작년에 치러진 총선, 야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리된 후 가속화된 풍속도다. 실로 오랜만에 형성된 선택 가능성이란 정치적 지형이, ‘지지와 배척’으로 이어져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쌓이게 한 꼴이다.

 양 당이 제실력으로 대결하지 않아서다. ‘내 편’과 ‘네 편’으로 유권자를 갈라치고 있어서다.

 지금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배경을 보라.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이에 따른 민생 파탄이 원인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절박함의 발로다. 기대를 받고 있는 야권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보여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상대 트집 잡기로 누리는 반사이익은 오래 가지 않는다.

 싸우면서 닮아갔는가? ‘영남 대 호남’, 지역주의로 갈라쳐 권력을 독식해온 이들의 환영이 아른거린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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