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23일, 안철수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5년 전인 18대 대선 후보 등록(25일) 이틀 전이었다.

 당시 여당의 강력한 후보인 박근혜에 맞서기 위해 야권의 문재인과 안철수는 단일화 협상을 진행중이었다. 단일화 방안을 놓고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안철수 사퇴 선언은 이때 나왔다. 어찌됐든 단일화가 된 셈이다.

 사퇴 회견에서 안철수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고 밝혔다. 안철수는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쪽 해석은 다르다.

 안철수가 적극적인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있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거다.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책임도 안철수 쪽에서 찾는다. 당시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2015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금 의원은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실패는 안철수 후보 측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 의원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캠프) 본부에선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 ‘버티라’는 말만 있었을 뿐,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하라는 사인이 오지 않았다”고 밝혀, 안철수 책임론을 거론했다.



5년 전 단일화 과정의 상처들

 사퇴 선언 후 안철수는 1주일간 칩거했다. 적극적인 선거 지원을 원했던 문재인 측의 조바심이 극에 달했던 시간이었다. 문재인이 박근혜에게 패배한 원인을 이것과 연결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안철수는 이 대목에서 강하게 반박한다. ‘2012년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아 대선에서 졌다’는 주장과 관련, 안철수는 최근 “짐승만도 못한…”이라고 발끈했다.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다. 이날 그는 “후보 양보 이후 40회가 넘는 전국 유세 그리고 4회에 걸친 공동 유세를 했다. 선거 하루 전날 밤, 그 추운 강남역 사거리에서 목이 터지라 외쳤다. 동영상 남아 있다. 안 도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갈등, 또 다른 지점은 안철수의 출국이다. 선거 당일 안철수가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야권 지지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안그래도 잡음 심했던 단일화의 진정성에 대한 억측이 난무했고,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을 부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서도 안철수는 적극 해명한다.

 “(미국행) 사전에 문재인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을 때 (자신이)서울에 없는 것이 백의종군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보고 선택한 미국행이었으며, 문 후보도 그것을 바랬을 것이다.” “질 경우를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지금도 아쉽다.” (박영선 의원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중)

 이와 관련한 문재인의 생각은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읽을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저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지원했다. 기존의 여의도 방식과는 달라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가 자신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선거 당일 출국하는 것도 안 후보가 사전에 저에게 연락해줬고, 필요한 경우 연락 채널도 알려줬다.”

 부질없지만 가정해본다. 모든 상황을 되돌려 5년 전 성공적인 단일화를 이뤘다면 어찌 됐을까? 두 사람은 같은 운명으로 묶여 ‘성쇠’를 함께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운명 공동체로 엮이지 않았다. 한때 한솥밥을 먹기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끝내 안철수 탈당, 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시대의 요구 청산이냐, 통합이냐

 호남을 텃밭으로 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이제 경쟁적인 두 명의 대통령 후보로 돌아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때 ‘보완재’였던 이들이 이젠 ‘대체재’로 성장해 선택을 구애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호남의 이해에 배치되지 않으니, 유권자로선 양손에 떡을 쥔 셈이다.

 따져볼 건 있다. 정권 교체의 질이다.

 문재인은 ‘적폐 청산’을 앞세우고, 안철수는 ‘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지지 기반의 차이로 연결된다. 문재인은 박근혜로 대표되는 국정 농단과 민주주의 후퇴 세력의 청산을 우선시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안철수는 이젠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얘기하자는 보수·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자리할 지지 세력이 이렇게 갈린다.

 적폐에 대한 청산없는 통합이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 발목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허망하긴 마찬가지다.

 문재인과 안철수, 누구도 당면한 시대적 과제 해소엔 2%씩 부족하다. 선택해야 한다. 호남은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 간명하게 정리해보니 이런 가치가 도출된다. ‘청산’이냐, ‘통합’이냐?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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