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미루지 말고 결단하라

 유치원생과 10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조카는 외벌이지만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고 더 행복해지고 싶다며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해서 숙박은 ‘프라이빗 풀 빌라’를 예약하고, 10개월짜리 딸을 위해 수영복을 사며 이런 저런 여행 용품을 구매하는 중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이모 심정은 ‘애도 어린데, 아직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30대 맞벌이 부부는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6달째 19개국을 돌아다니며 ‘한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라고 한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부부사이에 대화도 없고, 늘 쫓기듯 바쁘게 살다가 ‘왜 이러고 살지’라는 의문이 들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길을 나섰다고 한다. 처음에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돌아와서는 ‘뭐 해먹고 살려고’하는 걱정스러움이 앞섰다. 오늘만 살고 내일은 죽을 건가.

 

 의미있게 살기와 헛되이 살지 않기

 

 ‘오늘의 행복’을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며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었다. 취직도 어려운데 언제 돈은 모아 집 사고, 결혼해서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인내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은 지금 당장’ 실천하며 살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전의 삶이 자녀나 노후, 집을 위해 현재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면, 현대인은 현재의 노력으로 ‘지금’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되어 사회적 규범이나 타인의 시선에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려는 태도일 수도 있겠다.

 ‘인생은 한번 뿐’이니 ‘의미’있게 살고 ‘헛되게’ 살지 말 것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필자로서는 솔직히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살고 나면, 계속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서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꼭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할까’라는 물음까지.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웹툰’을 보는 것처럼 오늘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한 달간 동유럽 여행’이나 ‘자연에서 생활’처럼 장기적인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하고 싶고 누리고 싶은 일도 있을 텐데.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저축하고 계획하는 준비 과정이 주는 현재의 즐거움은 또 어떻게 하고. 심지어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뤄야 할 ‘과제’를 제시했고, 그러한 과제가 성취되었을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것들에 수십 년의 세월을 바쳐 연구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필자의 부정적인 생각은 ‘욜로’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사고 싶은 것이 있거든, 지금 당장 구매해라, 그것이 너를 행복하게 할 것이니. 어찌 보면 지금 눈앞에 닥쳐있는 현실의 어려움을 부정하고 회피하라고 독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번 뿐인 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최근 필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후 그가 보이는 행보로 ‘무척’ 행복하다. 그는 전 정권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고,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했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을 취임하자마자 ‘쉽게’ 해냈다. ‘안 된다’던 일들이 ‘되는’데는 ‘대통령의 마음’먹기에 달렸을 뿐이었다. 관련 법 규정이 없어서‘안 된다’ ‘어렵다’며 이런 저런 핑계와 변명으로 좌절과 절망감을 주던 전 정부와는 딴판이다.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고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을 누군가는 매우 ‘쉽게’만드는 비법이라면 비법말이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굳이 어려운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또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생각하면 ‘쉽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욜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번 뿐인 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혹은 나에게 중요한 것은?’이란 질문을 통해서 말이다.

 조카에게 가족의 행복과 여행의 즐거움이 중요하듯,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싶어하는 대통령의 결정이 있듯, ‘지금 이 순간(here & now)’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내일로 미루지 말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줄 것을 권한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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