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에이 아이(A.I.)’ 중 한 장면.

 2017년 5월27일. 무슨 날인지 모르시겠죠? 평범한 날이지만 저에게는 충격적인 날입니다. 이 날은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제1의 중국 바둑기사 커제와의 대결에서 종합전적 3대 0으로 승리한 날입니다. 이날 커제는 울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개인의 패배의 울음이 아니라 인류의 울음으로 느꼈습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CEO가 그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알파고는 더 이상 바둑판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마디로 애들 노는 데 끼어들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커제와 이세돌이 격돌한다 해도 빛바랜 평범한 대국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라는 바둑의 신은 따로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 모습을 드러낼 거고 그러면 세계 제일이라는 인간은 그 발밑에 깨갱될 테니까요.

 알파고가 무서운 것은 기존 정보들을 통합해서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창조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바둑의 고수들은 늘 신의 한수를 찾습니다. 그날 너무나 쉽게 신의 한수를 두는 알파고를 보면서 인간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알파고는 바둑의 신입니다. 이제 신이 된 AI(인공지능)는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접수할 것입니다.

 

AI, 모든 영역에서 인간 접수

 

 왓슨(Watson)을 아시나요?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닥터’입니다. 인천 길병원에서 ‘왓슨(Watson)으로 두 달 간 85명의 암환자를 진료했습니다. 의료진과 왓슨의 처방이 엇갈릴 때 암환자들은 모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원로 교수 전문가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룬 진단과 왓슨의 의견이 엇갈렸을 때 환자들은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습니다.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 다섯 명의 뇌가 인공지능보다 못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전 분야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알파고가 나타난다면 주식 전문가들은 깡통을 차게 될 겁니다. 통계학자들도 필요없고 기상학자들도 바람처럼 사라질지 모릅니다.

 AI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인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인류 멸망의 시작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대립합니다. 혹자는 SF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이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인류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하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상 인간의 존엄성을 추락시킨 혁명적인 사건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갈릴레오의 지동설이고 또 하나는 다윈의 진화론입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물이 아니라 원숭이의의 진화물이라는 것.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인간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지고 인류 문명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에 못지않은 사건이 바로 알파고의 승리입니다. 우리는 인간보다 위대한 지능을 목격한 것이고 이 지능은 그 끝도 알 수 없는 경지로 올라갈 것입니다.

 아마 인간의 지능은 점점 퇴화될 것입니다. 전화번호 외울 일도 없고 더하기 빼기도 하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겁니다. 옆에 있는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오니까 머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물어봐서 정보를 얻는 시간과 기억해서 꺼내는 시간 차이가 1~2초뿐이 안 나니 굳이 머릿속에 저장해둘 필요가 없습니다. 머리 쓰는 일이 필요 없을 거고 인간의 뇌는 퇴화될 겁니다. 단지 머리를 써야 되는 최정예 소수의 인간들의 두뇌만 더욱 발달할 것입니다.

 

 AI에 빌붙어 살아야하나, 아니면…

 

 인공지능이 우수하다 못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이 갖는 약점이 없다는 겁니다. 정신력에 상관없고 체력이 문제가 안됩니다. 싫증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긴장도 없습니다. 집중력도 늘 똑같습니다. 인공지능 세상이 온다는 것은 이세돌 보다 뛰어난 천재를 한 달에 천 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고 하바드 의대 교수를 다 합친 천재의사를 한 달에 수만 명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인간은 게임이 안되는 겁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아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무기를 장착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 시대에서 잘 살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에 빌붙어서 살 궁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더 ‘인간답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할까요?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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